◆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인의 집합체에서 대표자를 선출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때 다수의 의견에 따라 행하는 원칙을 말합니다. 근대 영국의 철학자 벤담이 정리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근간으로 확고히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논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대 민주주의의 대표적 원칙인 다수결의 원칙은 다수의 의견을 존중하다 보니 항상 소수는 희생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다수의 판단이 항상 옳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눈이 두 개인 물고기가 정상인데 눈이 하나밖에 없는 물고기들 속에 있으면 그 물고기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사랑을 나누며 사는 것이 정상인데 모두가 경쟁을 바란다면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말하게 됩니다.
유다 지방에서는 양을 목초 지대에 방목하기 때문에 양이 길을 잃는 경우가 가끔씩 일어나곤 합니다. 이런 경우 다수의 양을 보호하기 위해 한 마리의 양을 포기하는 것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일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이 한 마리 양에 대한 포기를 반대하시는 것은 이런 선택이 결국 경쟁과 의심, 갈등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떤 행동을 결정할 때 ‘남들도 다 하는데.’라는 말로 위안을 삼습니다. 하지만 남들도 다 하기 때문에 내 행동이 죄가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나의 판단이 틀린 것이 옳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고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을 희생해야 하는 이 사회에서 어쩌면 주님은 소외되고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 소수가 되어버린 듯도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수가 세상을 편들더라도 주님이 옳습니다. 주님이 하고자 하시는 것이 바로 정의입니다. 내가 그 한 마리의 양이 되었을 때, 다른 사람이 내 의견을 따르지 않고 내 판단을 비난할 때, 주님은 나를 찾아오시고 함께하실 것입니다. 그랬을 때 주님이 말씀하실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요한 16,33)
최용진 신부(서울대교구 연희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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