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지혜는 우리더러 함께 어울리자고 초대한다 - 윤경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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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8-12-12 | 조회수709 | 추천수5 | 반대(0) 신고 |
지혜는 우리더러 함께 어울리자고 초대한다 - 윤경재
이 세대를 무엇에 비기랴?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아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가슴을 치지 않았다.’ 그러나 지혜가 옳다는 것은 그 지혜가 이룬 일로 드러났다. (마태 11,16-19)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갖가지 사건과 마주칩니다. 성공과 실패, 행운과 불행 등 꼬리 물고 닥쳐오는 일에 시달립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은 그 일이 곧 자기라고 여기게 됩니다. 우울한 감정이 들면 곧바로 “나는 우울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내가 우울한 것이 아니라 우울을 체험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또 “나는 기쁘다.”라고 말하는 것도 사실은 내가 기쁜 감정을 지금 느낀다는 것뿐입니다. 언제 바람처럼 사라질지 모릅니다. 본래의 나는 변하지 않는데 마음의 환상이 나를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마치 푸른 하늘은 언제나 그대로 있는데 그 아래에 떠있는 온갖 구름이 날씨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나약해진 자신이 어쩔 수 없는 기후의 위력에 휩싸였던 경험 탓에 자기를 위축시키고 맙니다. 참나를 무가치한 것으로만 여깁니다. 그러고는 이 환상에 자기를 동일화하고서 그 올가미에 걸려 빠져나오지 못 합니다. 자기를 껍질 속에 고착합니다. 그는 환상이라는 잠에 빠져 깨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거짓 자아에 빠져 고립된 채 곁을 내어주지 못 하고 있습니다. 지혜는 이렇게 깊은 잠에 빠진 우리를 깨우고자 이리저리 흔듭니다. 심지어 뺨을 때리기조차 합니다.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서 우리를 깨우려 시도합니다. 그런데 어리석은 자들은 그 흔들림을 귀찮게 여기거나 아니면 자장가로 삼아 더 깊게 숨고 더 깊은 잠속으로 빠져듭니다.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든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하는 말은 바로 우리를 깨우시는 지혜의 또 다른 목소리입니다. 지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깨어나기 전에는 천지불인, 제행무상이라는 현상에 휘둘릴 것입니다. 그것이 전부인줄로 착각할 것입니다. 지혜의 목소리에 잠이 깬 자라야 인생의 길에서 울려오는 피리소리와 곡소리에 맞추어 춤을 추고 가슴을 칠 것입니다. 본래의 자신을 잃지 않고서 한바탕 어울려 즐길 것입니다. “나는 나이다.”라고 말하는 지혜는 거짓으로 포장된 외톨이들에게 껍질을 깨고 나오라고 언제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상이 기다린다고 큰 소리로 외칩니다. 그러나 두꺼운 껍질은 안과 밖에서 동시에 깨지 않으면 깨어지지 않습니다. 줄탁동시(啐啄同時)하지 않으면 참으로 얻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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