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2월 17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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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8-12-16 | 조회수1,049 | 추천수11 | 반대(0) 신고 |
12월 17일 대림 제3주간 수요일 - 마태오 1,1-17
"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이다."
<그로 인해 이 세상은>
오늘 복음은 좀 특별합니다. 복음말씀답게 뭔가 영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약간은 낯설고 발음하기도 어려운 수많은 이름들이 줄줄이 나열된 예수님의 족보가 소개되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국족보협회’인가 뭔가 하는 ‘아리송’한 단체의 지속적이고도 집요한 강권에 못 이겨 저희 성씨 족보를 한권 사서 펴본 적이 있습니다. 비싸기는 왜 그렇게 비싼지요? 전화거시는 할아버지께서는 어찌 그리도 찰거머리 같으신지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저보다 앞서 이 땅을 살아간 수많은 조상들의 이름이 끝도 없이 나열되고 있었습니다. 저희 성씨의 기원이 되는 인물, 가문을 빛낸 인물, 평범한 인물, 그저 그런 인물...
예수님의 족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 안에는 아브라함, 다윗이나 솔로몬과도 같은 큰 인물이 있는가 하면, 적당히 살다간 인물, 영화 같이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다간 인물, 그저 점 하나만 찍고 간 인물 등 다양한 인물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때로 가문에 심각한 누를 끼친 인물, 수치감에 이름을 지우고 싶은 인물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족보는 그 모든 이름들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합니까?
아마도 하느님의 인간 세상을 향한 완벽한 육화를 뜻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 세상을 보다 깊이 끌어안고 사랑하시려는 하느님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요?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한다면 그와 늘 함께 하고 싶겠지요. 더 나아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의 소유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 그와 일심동체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 결국 그가 되고 싶을 것입니다.
그로 인해 만물은 제 색깔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이 세상은 반짝반짝 빛나게 될 것입니다. 그가 없는 이 세상은 상상도 못하겠지요. 그가 없는 이 세상은 짙은 회색으로, 부연 황토색으로 변할 것입니다.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그와의 완벽한 일치, 완벽한 동화, 완벽한 하나 됨을 추구합니다.
우리 인간을 죽기까지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셨던지 당신의 모든 조건을 버리시고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십니다. 우리와 똑같은 모습을 취하십니다. 우리와 완벽하게 하나 되십니다. 철저하게도 육화강생하십니다.
참으로 놀라운 신성과 인성의 교환입니다. 정말 이해가지 않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 하느님의 자기 낮춤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54번 / 주여 어서 오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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