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 성인에 대한 이야기는 이 대목 외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요셉은 성가정의 수호자이며 노동자들의 수호자다.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다. ‘이 시대에는 누가 의로운 사람인가? 하느님은 어떤 사람을 의롭게 보시는가?’`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나는 의로운 사람인가, 아닌가?’`하는 질문도 해본다. 세속적으로 의로운 사람과 영적으로 의로운 사람을 나누어 볼 수 있으나 구약에서 하느님께서 의롭다고 보시는 사람은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지금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이르신 새로운 율법을 잘 지키는 사람이 현대의 의로운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나를 조용히 되돌아보면 나는 의로운 사람은 못된다.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의 말씀을 잊고 세상살이에 허덕이니 어찌 의로운 사람이라고 하겠는가! 그러나 노력하면 조금은 의로운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셉 성인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2006년 12월에 국내에 소개된 영화 <네티비티 스토리>의 한 장면을 나는 잊을 수 없다. 예수님을 잉태한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호적 정리를 위해 베들레험으로 가는 장면이다. 기획자의 말을 따르면 영화는 철저히 고증을 거쳐 최대한 2000년 전 생활 모습을 재현했다고 한다.
영화에서 요셉 성인은 나귀에 성모님을 태우고 황량한 황무지 길을 재촉하여 느릿느릿 가는 중이었다. 그들은 집이 있으면 그곳에서, 집이 없으면 노숙을 했다. 냇가에서 노숙할 때 성인은 성모님과 식사하면서 말씀하셨다. “마리아! 당신에게서 태어날 분이 하느님의 아들이시라는데…. 내가 그분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 한마디는 성인이 참으로 겸손하고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이 가득함을 엿보게 해주었다. 그리고 태어나지 않은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 순간 나는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지금은 두 아들이 모두 장성했으나 아내가 첫아들을 가졌을 때 나는 아들이 태어나면 어떻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할 것인지 걱정하지 못했던 같다. 성경 말씀이 나의 생활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이제라도 주님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내 생활 속에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하겠다. 요셉 성인과 같이 말없이 성가정을 지키고 성모님과 예수님을 키우신 분이시니 가히 우리가 본받아야 할 것이다.
김영수(한양대학교 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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