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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펌-(67) Ting
작성자이순의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0 조회수684 추천수5 반대(0) 신고
 

작성자            이순의(leejeano)                                 작성일       2004-02-15 오후 5:12:57  

 

 

 

2004년2월15일 연중 제6주일 ㅡ예레미야17,5-8;고린토1서15,12.16-20;루가6,17.20-26ㅡ

 

              (67) Ting

                                       이순의

                 

   ㅡ복ㅡ

작년 한 해는 마음고생이 심해서 기억하기도 싫을 만큼 아찔하다.

자식의 사춘기는 부모 노릇에 이골이 난 선배님들에게 들어 온 풍월보다 어렵고 적응하기 힘든 것이었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급박한 상황들 속에서 그 중에 하나를 떠 올려 본다.

 

어찌된 영문인지 아이는 사용하던 휴대전화기를 청소년용 서비스가 된다는 명목으로 바꿔 달라고 여러 달을 졸랐다.

정말로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맞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사람 없다는 말도 맞다.

 

결국 청소년에게만 특혜가 주어진다는 편리가 장착된 전화기 사용메뉴로 바꾸어 주었다.

설명은 많았다.

기성세대인 내가 모두 소화 할 수는 없었지만 아무튼 자식이 몇 달을 조른 일이니 바꿔주고 말았다.

 

그런데 여러 가지 복잡한 조건을 현장에서 듣고 온 나의 상식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일이 자꾸 발생했다.

생각했던 것 보다 엄청난 요금과 아들의 변명 사이에서 혼란이 왔다.

뿐만 아니라 자식이란 놈이 가족의 구성원으로 삶을 동반한다는 명명한 사실을 상실해 가고 있었다.

 

삶의 동반자가 휴대전화기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문자를 시작해서 화장실에서 세수 할 때도 찰떡궁합이요, 밥을 먹으면서도 눈은 왼손에 들려 있는 전화기에 고정 되어있고, 오른 손과 입은 그냥 살아있으니 의무를 하느라고 숟가락질과 되새김질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하루의 일과는 고사하고라도 저녁에 잠자리에 들면서도 들고 품고 안고 극진히 돌보느라고 생활의 목표가 전화기였다.

 

달래도 보고, 회유도 해 보고, 뺏어도 보고, 비싼 전화기를 망치로 부수어도 보고, 숨겨도 보고, 어미로서 해서는 안 되는 모진 행동을 총동원을 해 보았지만 언제나 패배자는 어미의 몫이었다.

결국 통신회사에 전화를 해서 아이의 전화내역을 확인하기로 했다.

도대체 내 아이가 어디로 전화를 하는지, 주로 무슨 용무로 바쁘신지, 가장 많이 주고받는 상대는 누구인지, 상대가 있으니 전화기를 들고 전화기와 함께 전화기 안에서 주경야독을 할 것이 아닌가?

알고 싶었다.

 

그런데 통신회사의 설명은 열 받은 어미의 뒤통수에 휘발유를 찌끌다 못해 난도질을 하고 있었다.

"이 전화기의 소유주는 ###님이므로 문의를 하신 어머님께는 어떠한 권리도 없습니다. 저희들은 고객과의 약속이 최우선이며 ###님의 허락 없이 어떠한 도움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라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님의 편에 서서 어미를 설득하고 이해뿐만 아니라 양해에다가 가입자 권리의 필연성까지 역시 서비스 언어의 총 동원력을 펼치고 있었다.

 

우와! 미치고 환장 헐 일이다.

"야! 그놈은 미성년자고 법적으로 나는 그놈의 보호자며, 그 전화기도 내가 사 줬고, 전화요금도 내가 내 주는데, 너희들이 나한테는 돈만 긁어 내냐? 부모 등골 빼서 전국의 청소년의 권리를 담보로 미래인간의 말살정책을 펴고 있는 기업들이 일본 놈보다 더 개 같은 짓거리들 허고 있지 않느냐 말이야! 개***의 인간들아!"

결국 휴대전화기 때문에 집 전화기에 화재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그것이 기업이 마련한 청소년용 통신 아이템이다.

결국 통신회사에서도 길길이 악다구니를 쓰는 어미 때문에 간부사원을 교체하면서까지 억지로 마련한 서비스가 있기는 있었다.

돈을 내는 자의 권리!

"요금 내역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열도 식히지 못하고 뒤통수에 연기 풀풀풀 날리며 직영점이라는 데를 찾아가서 접수를 했다.

기다리는 동안에 지켜보았더니 나 같은 부모가 나뿐이 아니었다.

어떤 아버지도 오셔서, 회사가 정한 법규에 수 없는 부모들이 녹아난다고 누구를 위한 규칙이냐고, 너희가 맘 놓고 돈 벌기위한 수단으로 만든 법이 무슨 놈의 법이냐고 난리법석을 내느라고 휘발유를 드럼통째로다가 부어서 열을 내고 있었다.

 

그분을 공감하는 동안 아들의 사용 내역서가 나왔다.

집에서 거기까지 가는 동안에 잠시 열을 식히느라고 연기만 나던 내 머리통에도 다시 휘발유가 드럼 통째로 부어졌다.

몇 장씩이나 되는 하얀 종이에, 온전치도 못한 무늬의 머리통을 따라 꼬리만 일정한 전화번호가 부산발 서울행 철도처럼 이어졌다.

그 중에 간혹, 일렬로 똑 같은 지움 표시 암호를 따라 숫자로 표기 된 반토막짜리 꼬리에 낯익은 숫자가 고쳐 수리한 철길의 침목처럼 명시 되어 있었다.

 

그 끝자리는 우리 집 전화번호의 끝자리였다.

강물의 콩 나듯이 하나씩 박혀 있는 것이다.

어떤 아버지의 1막 공연이 끝나고 2막 공연의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내가 받은 프린트지는 공연연습을 위한 연극대본 같았다.

 

"야! 이 개*******아! 애새끼들한테 30원짜리 비밀보장 해 주고 차떼기 정치자금 줬냐? 이 개**들아? 그런 돈 있으면 남극에 있는 세종기지에 세빙선 사줘. 이**놈들아! 세금내고도 노후가 보장이 안 되서 젊은 놈들이 나라를 등지고 이민가게 허지 말고 노인복지시설이나 만들어. 이 배********들아! 일본 놈들 보다 더 나쁜 놈들이여. 청소년에게 권리를 부여해서 국가의 미래를 타락시키는 인간들아! 내 새끼가 이지경이니 남의 새끼는 또 뭔 지경인지 너희들은 알고 있어. 이 새끼들아. 이 반토막짜리 전화번호 맹키로 전화요금도 부모한테 반만 받어 처먹어야 권리를 내세울 자격이 있는 거 아니여? **끼들아. 돈은 완불이고 부모자격은 반 토막이냐 ****아? "

 

순간이지만 휘발유의 발화성이 그대로 살아났다.

확 붙어버린 불꽃에 데일까봐 아무도 달려들지 못 했다.

당시 TV에서는 첩보 영화를 능가하는 차떼기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내용과 희생과 외로움을 안고 혹한의 동토에서 국가의 이름을 걸고 연구하는 남극의 세종기지 대원이 세빙선이 없어서 보트로 대원을 마중하러 갔다가 유명을 달리하는 뉴스가 연일 특종으로 방영되었다.

 

뒤져야 할 인간들은 안 뒤지고 영화를 누리고 산다.

그것도 다수의 평민들을 상대로 해서 거금을 착복하는 그런 인간들이, 뒤지고 나서도, 백골이 분토가 되고 나서까지도, 쓰고 남고 쓰고 남을 온갖 것을 축적하느라고 혈안이다.

못 먹는 놈이 병신이고, 돈 없는 놈은 사람 취급도 안하는 세상이다.

 

전화기 사주고 돈 내주는 부모의 권리를 박탈하면서까지 청소년의 절제능력을 상실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조건과 유혹이 난무한 현실 속에서 자식을 가르치고 훈계한다는 것은 부모에게 초능력에 가까운 지혜를 요구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다행히 내 아이는 그 기간이 길지 않았으므로 어미로서 초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문명이 부여한 중독 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게임이나 문자에 휘청거리고 있다.

 

오늘의 복음은 복 받을 것과 벌 받을 것을 가르치고 계신다.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는 상반된 복음의 어느 쪽에 속해서 살아가는가?

주님의 약속을 믿고 의지하지 않는다면 피눈물 나고 서러워서 못 살을 세상이 아닌가?

그러나 교회 안에서 조차 서러운 사람은 서럽다.

 

ㅡ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하느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지금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배부르게 될 것이다.

  지금 우는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웃게 될 것이다.

  사람의 아들 때문에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내어 쫒기고 욕을 먹고 누명을 쓰면 너희는 행복하다. 그럴 때에 너희는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하늘에서 너희가 받을 상이 클 것이다. 그들의 조상들도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그러나 부요한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는 이미 받을 위로를 다 받았다.

  지금 배불리 먹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굶주릴 날이 올 것이다. 지금 웃고 지내는 사람들아, 너희는 불행하다. 너희가 슬퍼하며 울 날이 올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칭찬을 받는 사람들아 , 너희는 불행하다. 그들의 조상들도 거짓 예언자들을 그렇게 대하였다.

  루가6,20-26ㅡ

 

 

 

 
 
 지금 사용 중인 제 전화기입니다. 너어무 달은 것 같지만 잘 되는 전화기입니다. 사진도 잘 찍히고요. 액정이 깨져서 고치러 갔더니 액정보다는 심장에 손상이 심하여 손을 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사실은 산에서 농사일 하다가 보면 흙에 빗물에 고생이 말이 아니거든요. 내부 사정이 골병이 너무 심하시다는......(-_-) 두 달 후에 아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옵니다. 두 달만 기다려 주시면 아들은 최신형 사 주고 아들 것 제가 쓸까 해서요. ㅋㅋㅎㅎ 전화기 때문에 이 난리법석을 떨고도....... 그래도 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아들한테 좋은 거 사주고 싶습니다. 주인으로 저를 만나보아야 전화기도 고생이지요. 뭐!!!! ㅎㅎㅋㅋ   저는 모자리 엄마입니다. ㅎㅎ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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