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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빈자(貧者:anawim)의 영성" - 12.2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2 조회수516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2.22 대림 제4주간 월요일
                                                    
사무 상1,24-28 루카1,46-56

                                              
 
 
 
"빈자(貧者:anawim)의 영성"
 


오늘날 교회가 과연 빈자의 영성을 살고 있는 지 반성해봐야겠습니다.
 
복음적 가난의 삶이 없는
이대로의 소비와 낭비의 자본주의 사회라면 인류의 미래는 없습니다.
 
추운 겨울이지만 날씨는 맑고 깨끗하여,
또 태양은 따뜻하고 부드러워 참 좋습니다.
 
춥고 가난한 세상 속에서도
맑고 깨끗한 영혼으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 역시 빈자의 영성의 계승자입니다.

산상수훈의 첫 포문을 연 주님의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
(루카6,20).

신구약을 하나로 관통하는 하나의 영성이 있다면
아마 ‘빈자의 영성’일 것입니다.
 
사실 인간의 본질 역시 가난임을 깨닫게 됩니다.
 
나이 들어 갈수록 체력, 지력, 재력, 권력 등
모든 힘이 점차 쇠퇴해갈수록 가난한 인간 존재임을 절감할 것이며,
마지막 한 줌의 재만 남기고 모두를 버리고 떠나야하는 죽음에서
가난의 절정을 감지할 것입니다.

이런 가난 체험과 저절로 함께 가는 겸손입니다.

하느님 앞에서 무력한 가난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바로 겸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난을 깨달은 이들,
또 실제로 가난한 이들,
말 그대로 믿을 분은 하느님뿐임을 깨달아
저절로 하느님 존재에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무력함을 깨달아 하느님의 도움을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존재에 깊이 뿌리내릴 때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저주 없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독서의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아나뵘 영성의 계승자이자 가난한 이들의 전형이요
무엇보다 기도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찌 한나와 마리아 어머니뿐이겠습니까?
 
오늘날 힘겹게 살림을 꾸려가는 모든 기도의 어머니들 역시
빈자의 영성을 사는 가난한 이들입니다.

“저도 아이를 주님께 바치기로 하였습니다.
  이 아이는 평생을 주님께 바친 아이입니다.”

하나뿐인 아이는 어머니의 모두입니다.
자기의 모두인 사무엘 아들을 주님께 바친 참 가난한 여인 한나입니다.
 
오로지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깊이 뿌리내린 믿음이 없으면
이런 봉헌의 가난 실천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복음의 마리아의 노래는
마리아의 노래일뿐 아니라
가난한 예루살렘 교회의 노래였으며
2천 년 간 불러온 교회의 노래였고
매일 저녁기도 때마다 부르는 우리 수도자의 노래입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아나뵘 영성의 계승자들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가난한 어머니, 가나한 교회, 가난한 수도자의 노래가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가난 중에서도 솟아나오는 마리아의 찬미와 감사의 기도,
우리의 신원을 확인시키는 우리 모두의 노래로
우리의 모든 시련을 극복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나의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기 때문입니다.”

세상적인 눈으로 가난할 지라도
내 마음, 내 영혼 하느님을 소유했기에
역설적으로 행복하고 부유한 마리아요 가난한 우리들입니다.

“이제부터 과연 모든 세대가 나를 행복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이 나에게 큰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하나만으로
행복하고 부유한 사람들의 노래가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가난을 부유함으로,
저주를 축복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원망을 감사로 바꾸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 마리아의 노래입니다.
 
어찌 마리아의 노래뿐이겠습니까?
 
아침기도 때 마다 부르는 즈카르야의 노래는 물론이고
시편 성무일도 거의 모두가
가난한 이들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노래입니다.

가난한 영혼들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매일 우리가 봉헌하는 이 거룩한 미사 역시 가난한 이들이 잔치입니다.
 
찬미와 감사의 잔치 중에
가난한 마음으로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가난한 빈손으로 주님의 성체를 받아먹고
하루를 살아가는 가난한 우리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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