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올해 칠순이 되셨습니다. 어머니는 아들만 셋을 두었는데, 두 명은 신부이고 나머지 한 명은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칠순 축하연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이런 저런 고민을 했습니다. 지난 환갑 때 역시 지금과 다르지 않았기에 가족이 모여 여행을 하는 것으로 축하연을 대신했습니다. 그런데 페루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큰형님께서 이번 칠순에는 가족끼리가 아니라 주변에 감사드려야 할 분들을 모시고 잔치를 하자고 의견을 주셔서 어머니의 칠순을 감사의 잔치로 보냈습니다.
칠순이 되신 어머니는 여전히 세 아들의 장래를 걱정하는 어머니일 뿐 아직 손자들의 재롱을 기뻐하며 따뜻하게 품어주는 할머니의 몫은 받지 못하셨습니다. 그것이 조금 아쉬운 축하 감사 잔치였습니다.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한 남자를 아버지가 되게 하고, 한 여자를 어머니가 되게 하며, 그 가족뿐 아니라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역할을 줍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과는 다른 삶을 꿈꾸고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탄생은 나이 많은 즈카르야와 엘리사벳의 인생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구원 역사 안에서 새로운 출발을 마련하는 시작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작은 가정 안에서 불행했던 그들의 삶 안에 한 아이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주십니다. 그 가정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한테도, 더 나아가 이스라엘 모든 민족에게 그리고 당신의 구원 역사 안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시작하십니다.
모든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그 안에는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 그 아이뿐 아니라 모두를 새롭게 하시고자 합니다. 이제 곧 오실 하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면서 우리도 희망과 기대를 가져봅시다.
황지원 신부(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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