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혀가 풀리고서 부른 첫 노래 - 윤경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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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8-12-24 | 조회수576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혀가 풀리고서 부른 첫 노래 - 윤경재 “그분께서는 우리 조상들에게 자비를 베푸시고 당신의 거룩한 계약을 기억하셨습니다.” “아기야, 너는 지극히 높으신 분의 예언자라 불리고 주님을 앞서 가 그분의 길을 준비하리니 죄를 용서받아 구원됨을 주님의 백성에게 깨우쳐 주려는 것이다. 우리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루카 1,67-79)
즈카르야는 언제나 말 못하는 자신의 혀가 풀릴지 궁금했습니다. 처음에는 원망도 했습니다. 모든 것을 죄와 결부시키는 당시의 생각대로 내가 무슨 죄를 지어 이 고생을 하나? 하고 따져보기도 하였습니다. 벌 받아서 그렇게 되었다고 수군거리는 이웃들의 눈총이 그를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못 낳는 부인을 소박하지 않고 평생 같이 산 그의 심성은 곧 하느님께서 의도하신 바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하였습니다. 혀가 풀리면 더욱 주님께 합당한 삶을 살아야지 하고 결심하였습니다. 아이를 배고 기쁨에 넘치는 엘리사벳을 보면서 그는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벙어리가 되어 갈등을 겪는 자신과 달리 그녀는 더욱 몸가짐을 조신하게 가꾸었으며 행복에 겨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런 그녀의 태도는 점점 자신을 변화시켰습니다. 잠시 부정과 분노와 우울함에 빠졌던 자신이 부끄러웠으며 자신을 일깨워준 그녀가 더욱 사랑스럽고 고맙기만 했습니다. 잡힌 날짜는 오고야 마는 법. 길게만 느껴지던 열 달이 차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보자 그는 모든 걱정이 사라졌습니다. “그래, 이 아이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치리라. 벙어리로 살면 어때. 불구가 되어 이제 다시는 사제 노릇을 못 하겠지만 이 아이를 충실하게 키워 주님께 바치리라.” 그는 자신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의 할례식을 기다리는 여드레 동안 그는 완전히 새 사람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의 과거와 처지는 모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고 주님께서 자신에게 베풀어 주신 은총에 진정으로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남은 생을 더욱 주님께 감사하고 헌신하며 지내리라 결심했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묻는 이웃들에게 자기 이름을 따 즈카르야라 하지 않고‘요한’이라고 써 보이자 그에게 알지 못할 전율이 밀려왔습니다. 온 세상이 찬란하게 빛나 보였습니다. 한때 손가락질 한다고 여겼던 모든 이웃들이 그렇게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몰랐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강렬한 빛이 들어오고 뜨거운 기운이 몰려오자 자신도 모르게 혀가 풀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는 어찌할 수 없는 그 빛과 힘이 성령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온 힘을 다해 주님께 찬양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는 알았습니다. 내 안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 성령의 목소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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