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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치마 입은 남자의 행복 ..◈ - 주상배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24 조회수908 추천수13 반대(0) 신고
 


◈.. 치마 입은 남자의 행복 ..◈

 

 

서품을 받고 첫 본당에 부임을 하던 날,

나는 신부가 무엇 하는 사람인지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었다.



아니... 차라리 하나도 알지 못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입니다.



신부가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너무 기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할지를 도무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 때 내가 교우들에게 보여준

불경스러움을... 어찌 다 갚을 수가 있을까요?



신부가 대단한 벼슬인 줄 알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무조건

내 말만 들어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잘 생기고 멋있어서

그들이 나를 좋아 하는 줄 알았습니다.



하느님에 대해서도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처럼 생각되었고, 고해성사를

주는 것이 세도를 부리는 것보다도 더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오셨다는 사실을

머리로만 알았을 뿐...



진정 우리 교우들에게 봉사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보좌신부 시절, 예비자 교리 반에

1백 명이 되지 않으면 교리를 시작하지도

않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젊은이들로만 1백 명이

넘어서야지 시작을 했습니다.



내가 교리를 잘 가르쳐서가 아니고

그들이 스스로 모여서 하느님을 알고자

했는데도 말입니다.



군종신부 생활을 하면서

변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비로소 신부가 무엇 하는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것입니다.



20명도 채 되지 않는 신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하면서 군종신부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평일미사를...

정해진 미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복사와 단 둘이서 드린 적도 허다했습니다.



그것도 교우들이 오기를

20분씩이나 기다리면서 말입니다.



그 때.. 신자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신부가 진정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도 조금씩 깨칠 수 있었습니다.

앉아서 기다리던 모습을 벗어 버리고

그들의 삶의 자리로 다가갔습니다.



신자들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해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제란 베푸는 사람인 것,

제는 하느님의 말씀을 베풀어 주고,

신이 가진 바를 베풀어 주고,

그들이 원하면 시간을 베풀어 주고,



그들이 깨닫지 못하면 인내심을 베풀어 주고,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섭섭함을 못내 감추면서

미소를 베풀어 주는 사람입니다.



사제는 자신이 가진 바를 몽땅

하느님을 위해, 또 교우들을 위해 내어

주는 사람입니다. 그래야 기쁜 삶일 수 있습니다.



세상은 점점 다양화되어 갑니다.

다양화되어 감에 따라 전문화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제는 어디에 속하는

전문인인가 생각해 봅니다.



사제는 서비스 맨 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해 주는 서비스 맨 입니다.

사람들이 제각기 자신의 일에 최고가 되기를

희망하면서 최선을 다하듯,



저도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서비스 맨 으로서의 최선을 다하는 최고 되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돌이켜 보건데, 그 때의 삶은

온통 부끄러움밖에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함께 계시며

나를 붙잡아 주신 하느님, 묵묵히 인내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팔자에 없는 군대 생활을 또 하게 되었을 때,

주교님으로부터 그 사실을 통보받고 왠지 모를

소외감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을 때,



나의 동료사제들은 애인 같은 다정함으로

나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나와 같이 아파하고 괴로워하고...

나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돈을 써 주었고...

나를 다시 제자리에 있게 하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써주었습니다.



나에게는 마누라보다도, 자식보다도,

더 소중한 역할을 해주는 동료 사제들..



가끔씩 의견충돌이 있기도 하고 서로가

철들지 않은 총각들이라 다툼이 있기도 하지만,

내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내 옆에 계시는 예수님들입니다.



그들과 함께 공부하던 시간들,

또 우리들의 삶을 위해 진지하게

토론하던 시간들, 서로의 잘못을 지적해 주고

서로를 이해해 주며 기꺼이 서로에게 이웃이

되어 주기를 거절하지 않던 그 동료들,



그들은 하느님께서 나에게

보내 주신 수호천사들입니다.



신학교 시절이 그리워집니다.

그 때는 어렵게 생각되던 그 시간들이

지금은 그렇게 행복하게 생각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떤 의미에서는

아직 신학생이기 때문입니다.



완전한 사제이신 그리스도를 향해

부단히 달려가야만 하는 신학생..

그것이 모자라고 부족한 사제인 저의 모습...



하느님은 항상 저와 함께 계시면서

저를 도와 주셨습니다.



그 감사의 마음 속에서 진정한 사제가

되기를 노력하고자 다짐해 봅니다.


- '치마 입은 남자의 행복' 중에서 -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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