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2.25 예수 성탄 대축일 밤 미사
이사9,1-6 티토2,11-14 루카2,1-14
"빛으로 탄생하신 주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기뻐하십시오.
오늘 밤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춥고 어두운 세상 한 복판에 우리 구원자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어둡고 삭막한 우리 마음 안에 우리 구원자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믿음의 빛으로, 희망의 빛으로, 사랑의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불신의 이 땅에 믿음의 빛으로,
절망의 이 땅에 희망의 빛으로,
미움의 이 땅에 사랑의 빛으로 태어나셨습니다.
참으로 살기 힘들다는, 내년에는 더 살기 힘들 것 같다는 이 땅에
구원자 예수님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이런 주님이 계시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맛이 납니다.
살 힘이, 살 희망이 생깁니다.
마침내 고대하던 이사야의 예언이 실현되었습니다.
마침내 어둠 속을 겯던 우리가 큰 빛을 보았습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우리들에게 빛이 비쳐옵니다.
우리 모두 하느님 앞에서 기뻐합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습니다.
왕권이 그의 어깨에 놓이고 그의 이름은 용맹한 하느님,
평화의 왕이라 불릴 분이 탄생하셨습니다.
그의 왕국 위에 놓인 평화는 끝이 없을 것입니다.
탄생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과 평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맛나는 세상으로 만들어 줍니다,
오늘 복음의 가난한 목자들 되어
성탄 대축일 밤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구세주 탄생의 체험이 아니라
가난하고 소박한 이들만이 체험하는 구세주 탄생입니다.
깨어 기다리는 이들만이 체험하는 구세주 탄생입니다.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떼를 지키는 목자들,
바로 가난하고 소박한 삶 중에 깨어 주님을 찾는 영혼들을 상징합니다.
이들에게 자신을 계시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주님은 예루살렘에 내로라하는 이들 아무에게도 나타나시지 않고
깨어 양떼를 지키던 목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오늘 밤 깨어 당신을 기다리는 마음 가난한 우리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주님 영광의 빛에 목자들의 마음은 빛으로,
기쁨과 평화로 충만했을 것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세상 그 누구도 앗아 갈 수 없는 주님의 기쁨이요 평화입니다.
주님의 은총 없이는
아무리 신학박사라 해도
도저히 주님을 체험하지 못합니다.
오늘날 정작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주님의 참 빛, 참 기쁨, 참 평화의 체험입니다.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은총으로 마음의 눈이 열린 가난하고 겸손한 영혼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구유에 누워있는 구세주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부유와 교만으로
마음 무뎌져 놓쳐버리는 하느님의 신비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은총의 대림시기,
학수고대하던 우리 구세주 예수님 오늘 밤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춥고 어둔 세상에, 춥고 어둔 우리 마음 안에
구세주 예수님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믿음의 빛, 희망의 빛, 사랑의 빛으로 탄생하셨습니다.
어둠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온 누리가 주님의 빛으로, 기쁨으로, 평화로 충만합니다.
과연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가져다주는 하느님의 은총이
우리 모두에게 나타났습니다.
탄생하신 구세주의 은총은
우리를 교육하여 불경함과 속된 욕망을 버리고
이 힘든 현세에서 신중하고 의롭고 경건하게 살도록 해 줍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오늘 밤,
기쁨 마음으로 하늘의 천사들과 함께
구원자를 선물로 주신 하느님을 찬미합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그리고 우리 모두
‘하느님께 영광’이 되고
‘사람들에게 평화’가 되는 삶을 살도록 합시다.
이 거룩한 성탄 밤 미사를 통해
여러분 모두가
오늘 탄생하신
구원자 주 예수 그리스도님의 기쁨과 평화로 충만하시길 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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