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2.25 목요일 예수 성탄 대축일 낮 미사
이사52,7-10 히브1,1-6 요한1,1-18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인간"
오늘 아침 수도원 동녘에 떠오르는 황홀한 태양을 보셨는지요.
그대로 오늘 탄생하신,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뵙는 듯했습니다.
태양 없는 세상 상상 할 수 없듯이
그리스도 예수님 없는 세상 상상할 수 없습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이
흡사 예수 성탄 축일을 맞아
기쁨으로 활짝 피어난 이들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의 저 모습,
평화를 선포하고 기쁜 소식을 전하며, 구원을 선포하는구나.”
예수님의 성탄을 기뻐하는 여러분의 모습 자체가 복음 선포입니다.
평화와 구원의 선포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다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립시다.
방금 흥겹게 노래한 환호송처럼,
땅 끝마다 하느님의 구원을 우러러 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탄생을 통해
우리 모두를 위로하시고 구원하십니다.
예수님 성탄을 통해 환히 밝혀진 인간의 신비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인간의 본질은 흙이 아니라 말씀이요,
허무가 아니라 충만한 은총입니다.
말씀의 신비는
인간의 신비이자 그리스도의 신비이며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이 되게 하시고자
하느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게 성탄의 신비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모든 것이 말씀을 통해 생겨났고
그분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말씀이신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습니다.
이 생명 있어 비로소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생명을 주는 말씀입니다.
세상 생명이 아니라 신적 생명입니다.
사람은 밥만으로 살 수 없고
끊임없이 삶의 의미인 하느님의 말씀을 먹어야 생명력 왕성한 삶이요,
생명의 빛이 전 존재를 환하게 밝히는 삶입니다.
말씀을 통하여 창조된 인간이요,
말씀이 본질인 사람이기에 진리의 말씀을 섭취하지 않고는
결코 사람이 될 수 없습니다.
완성품의 사람이 아니라
말씀을 통해 완성되어가야 할 과제로 주어진 우리 인생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우리의 참 빛입니다.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 빛이 세상에 오셨으니
바로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참 생명을 주는 말씀이요, 참 빛이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의 참 빛이 무지의 어둠을 밝혀줍니다.
이 참 빛 안에 살아야 기쁨과 평화요 지혜로운 삶입니다.
끊임없이 찾아야 할 참 빛, 참 생명이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참 빛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습니다.
이들은 혈통이나 육욕에서 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난 사람들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의 신원입니다.
하느님에게서 난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입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우리의 목표입니다.
우리의 고귀한 존엄한 품위의 근거는 그리스도 예수님뿐이십니다.
우리가 늘 바라봐야할 대상 역시
오직 한 분 참 사람이자 참 하느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뿐이십니다.
지금 우리 가운데 살아 계신,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이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향해
부단히 업그레이드되어야 하는 우리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닮아 참 사람이 되는 것,
이게 우리 영성생활의 전 목표이자 숙제입니다.
우리는 오늘 예수님 성탄을 통해
말씀이 사람이 되신 그분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습니다.
그분의 충만함에서 우리 모두 은총에 은총을 받았습니다.
율법은 모세를 통하여 주어졌지만
은총과 진리는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하여 왔습니다.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하느님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하느님뿐 아니라
모든 이들의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마스터키가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지만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그리스도 예수님께서
성탄의 신비를 통해 우리에게 하느님을 알려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을 만물의 상속자로 삼으셨을 뿐만 아니라,
그분을 통하여 온 세상을 만드셨습니다.
오늘 그분의 탄생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 우리들이요 세상 만물입니다.
이 아드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은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시며 하느님 본질의 모상으로서,
만물을 당신의 강력한 말씀으로 지탱하고 계십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이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닮아갈 때
예수님뿐 아니라 우리 역시
하느님 영광의 광채이자 하느님 본질의 모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인간, 이게 우리의 진면목입니다.
참으로 감사하게도 이 거룩한 매일 미사를 통해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우리 모두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존재,
임마누엘 그리스도 예수님들이 되어갑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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