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도 아닌데 죽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사제나 수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안타까운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상대의 잘못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리고 그 사람 역시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에 너무도 연약하고 힘든 사람일 때, 부족한 수도자로서 어떻게 위로하기도 쉽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 신자를 위로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마무리되는 이야기는 십자가를 지는 것이며 그 가운데서 예수님을 발견할 수 있도록 격려해 드리는 것입니다. 결국 죽어야만 그분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탄 대축일 다음날인 오늘 우리는 교회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 성인을 기억합니다. 예수님을 온전히 닮은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해집니다. 예수 그리스도 때문에 자신의 온 삶을 바치고 결국 죽음까지 그분과 함께한 스테파노 성인의 삶은 현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희망을 주는 모습입니다.
수련을 시작하면서 ‘기쁘게 십자가를 질’ 것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를 만날 때마다 기쁘게 지기보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사고와 자존심이 자꾸만 ‘나’를 살리려고 합니다. 그래서 어디 하느님이 머무실 수 있을까? 이러다 남만 죽이는 정말 살인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황지원 신부(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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