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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영원한 오늘" - 12.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8-12-31 조회수506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8.12.30 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6일
                                      
1요한2,12-17 루카2,36-40

                                                              
 
 
 
"영원한 오늘"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은 끝없이 흘러도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불암산은 영원하신 하느님을 상징합니다.
 
모두가 흘러 사라져 갑니다.
수도원 주위의 사람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20여 년 간, 여기 수도원에서 정주의 삶을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도원을 흘러 지나갔는지요.
 
다 흘러가도 계속 이 자리에 남아있는 수도원이나 수사님들 역시
영원한 하느님의 현존을 상징합니다.

얼마 전 문득,
‘도대체 20여 년간 살아오면서 무얼 했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 이어 기도와 미사뿐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남는 것은 하느님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참 무의미한 허무한 인생이란 자각이 마음 시리게 와 닿았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존재이유이자 삶의 의미이고 우리의 모두입니다.
 
하여 1독서 요한의 말씀에 더욱 공감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두 사랑은 불가능합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던지 세상을 사랑하던지 둘 중 하나입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이들
저절로 세상 사랑에서 이탈하기 마련이요
세상을 사랑하는 이들 저절로 아버지 사랑에서 멀어져
냉담하기 마련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모두가 지나가지만 하느님 안에 정주하면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바로 복음의 한나가 그러합니다.
 
하느님의 영원을 살았던 한나였습니다.
여든 네 살이 되기까지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 하느님을 섬겨오다 아기 예수님을 만난 한나,
바로 베네딕도회 정주의 수도승들을 연상케 합니다.

일일일생, 하루에 일생을 담아 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영원한 오늘을 살았던 한나요 정주의 수도승들입니다.
 
산 햇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오늘 하루가 중요합니다.
 
여든 네 해의 평생이 하루 같았던 한나의 삶이었습니다.
 
평생을 기도하고 일하며 하느님을 찾는 우리 수도승들,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고 내일도 그러하다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우리들 안에 현존하시는 영원하신 하느님입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 속에서도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오늘을 사는 우리들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어
하느님 안에서 영원한 오늘을 살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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