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앙은 모험입니다- 윤경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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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윤경재 | 작성일2009-01-01 | 조회수541 | 추천수3 | 반대(0) 신고 |
신앙은 모험입니다- 윤경재
목자들은 아기를 보고 나서, 그 아기에 관하여 들은 말을 알려 주었다. 그것을 들은 이들은 모두 목자들이 자기들에게 전한 말에 놀라워하였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여드레가 차서 아기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자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였다. 그것은 아기가 잉태되기 전에 천사가 일러 준 이름이었다. (루카 2,16-21)
200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올해는 예년과 달리 새해인사에 늘 따라 붙는 ‘희망찬’이라는 수식어가 더 적게 들립니다. 그 흔한 인사말에도 불확실한 미래를 염려하는 마음이 담긴 것 같습니다. 새해는 과거 어떤 해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잠재의식이 깔려 있어서입니다. 이 세상에 들어오신 아기 예수를 묵상하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스스로 모험을 거시는 하느님을 떠 올립니다. 그분께서는 피조물에 지나지 않는 인간에게 당신의 고결한 자유의식을 아낌없이 내 주시어 창조주를 모른다고 거부할 선택권마저 심어 주셨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하느님을 거부하고 배신할 가능성을 열어 두셨습니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땅에 가장 약한 존재,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며칠을 연명하기도 어려운 존재, 아무런 지혜도 능력도 육체적 힘도 지니지 못한 갓난아기로 태어나셨습니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보다 부모인 마리아와 요셉이 느꼈던 심정은 정말 복잡했을 것입니다. 창창한 희망이 솟는가 하면 막연한 두려움도 몰려 왔고 아기를 잘 키워야 하겠다는 의욕도 솟았을 것입니다. 이때 하느님께서 보내신 위로는 구체적 축복이 아니라 “아기가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루카 2,12)라는 한마디 전언(메시지)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잘 모르는 목자들을 통해서 전달되었습니다. 사실 표징은 믿음을 요구합니다. 믿음은 눈에 보이는 육신의 세계 너머에 새로운 질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더 확실한 세계가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아기가 표징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이들은 모두 놀랐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습니다. 표징은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눈에 보여줄 수 없는 것을 깨닫게 하는 실체입니다. 그 표징을 자신이 낳은 것입니다. 그녀는 이제 평생 표징을 안고 살 것입니다. 아기를 낳은 엄마가 비록 뱃속에서 태가 떨어졌지만, 평생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느끼는 것처럼 마리아는 한층 더 아들과 일체가 되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인이 아기를 낳음으로써 진정한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마리아도 예수의 진정한 어머니, 예수가 낳을 믿음의 후손까지 품에 안는 어머니가 되셨습니다. 부모는 아이 이름을 즈카르야가 자기 아들 이름을 요한이라고 지은 것처럼 양부인 요셉을 따서 부르지 않고 예수라고 지었습니다. 새로운 질서의 출발이라는 의미입니다. 연결과 단절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과거에 매이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모험입니다. 자기에 안주하지 않고 허공에 발을 내딛는 정신을 ‘백척간두에 진일보(百尺竿頭 進一步)’라고 선가에서 말합니다. 무가 되는 죽음을 각오하는 정신입니다. 오늘 새해 첫 아침을 맞아 우리도 표징이신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신앙으로 더 힘찬 발걸음을 떼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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