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신설본당 주임신부로 발령받아 가정방문을 할 때 한동안 냉담했던 젊은 자매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매님은 아이를 업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세례명이 뭐냐고 물었더니, 자매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아직 세례 받게 할 생각이 없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대뜸 한다는 이야기가 “아이가 커서 자신의 종교를 스스로 선택하게 배려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이 소리를 듣고 잠시 저도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커서 종교를 선택하도록 한다면 아이가 다른 종교를 선택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아이 어머니의 신앙은 뭐란 말인가? 누구나 부모라면 자식이 잘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신앙생활과 인생의 목표인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자녀에게 가르치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에 조기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인생의 목표인 하느님 나라의 구원을 얻는 데 필요한 조기교육을 생각하지 못하는 부모라면 앞으로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입니다.
새로운 한 해의 첫날, 교회는 하느님의 어머니 대축일로 지냅니다. 신앙의 모범이시며 구원의 중재자이신 어머니와 함께 한 해를, 일평생을 시작하자는 의미입니다. 성모님은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탄생시키시고, 앞으로 그 아들이 걸어가야 할 구원의 길을 곰곰이 생각하시며 모든 뒷바라지를 하고자 결심하십니다. 우리도 새해 첫날 수많은 계획을 세우는데, 그중에 자녀의 구원을 위해 한 해 동안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가장 먼저 세워야겠습니다.
이건복 신부(수원교구 어농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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