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강아지 세마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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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미 | 작성일2009-01-02 | 조회수748 | 추천수6 | 반대(0) 신고 |
강아지 세마리가 자꾸 머릿속을 멤돈다. 밥은 먹었을까? 집을 찾아 갔을까?
오늘 오후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교우들과 맛있는 떡국을 나누고 의례히 아이들과 아빠는 성당 뒷마당에세 농구를 하고 축구를 하며 있는데 밖에 부르러 나갔다가 강아지 세마리를 발견했다.
수풀에서 나왔는데 요놈들이 낑낑대며 나한테 달려든다.
내 손을 핱고 자꾸만 내 품으로 파고 들려 한다. 보아하니 배가 많이 고픈 모양이다. 강아지를 많이 키워보셨다는 자매님이 이빨을 체크하더니 태어난지 3~4개월쯤 되는 잡종 강아지들이란다. 세마리가 다 다르게 생겼는데 몸집은 그리 작지 않다. 이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예전에 어릴적에 밖에서 늘상 키우던 우리집 개가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을 먹이로 주던 것이 생각나서 떡국 남은 것을 한대접 들고 와서 줬더니 먹지를 못한다. 그 자매님 말로는 떡 같이 끈끈한 음식은 잘 못 먹는다 그러신다. 그래서 도넛을 들고 와서 조금씩 떼어 먹이고 물도 먹여줬다. 그리 많이 먹지는 않는다. 배가 아주 많이 고픈 건 아닌가 보다.
그런데 아이들이 강아지랑 놀더니 엄마 강아지 집에 데려가자고 성화를 한다.
갑자기 성당 뒷마당에 출현한 세 강아지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누군가가 버리고 가진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희망사항으로는 근처 집에서 길을 잘못나왔겠거니 하고 짐작하며 한참을 애들이랑 강아지와 놀다가 파킹랏으로 오는데 이 강아지들이 졸졸졸 우리 차까지 따라와 애처롭게 쳐다본다.
요즘은 경제가 악화되어 버리는 강아지도 많아지고 버려진 강아지를 보호소에 데려주면 그개를 입양하는 사람이 없으면 일정기간 지나서 그냥 안락사를 시킨다는 소식은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하고 있다.
정이 많은 큰 애는 그 중 한마리가 유독 마음에 들어서 그 강아지랑 한참을 놀더니 돌아오는 길엔 울먹울먹한다. 저 강아지들 집 못찾아가서 죽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되고 우리집에 데려와서 키우고 싶은 마음에 자꾸 강아지 데려가면 안되냐고 조른다. 한마리도 아니고 세마리를 어떻게... 안된다. 그리고 분명 근처 집에서 잃어버린 거라 주인이 찾아 올것이라고 내 희망과 함께 아이를 달래서 집으로 왔다. 강아지들은 그냥 내버려둔채로...
집에 와서도 못내 마음이 쓰이긴한다. 그 녀석들이 어찌 되었나...
주일날 성당에 가서 그때도 거기에 있으면 동물 보호소에라도 데려다 주어야할 것 같다.
이렇게 작은 미물도 길을 잃고 주인을 잃고 방황하는 것이 애처로운데 우리 사람이 우리를 만들어 주신 하느님을 떠나 헤매고 있으면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우리를 애처롭게 생각하실까.
그러니 나는 절대 길을 잃고 헤매지 않았으면 하고 희망을 한다.
설령 길을 잃고 헤매일때면 다른 누군가가 길을 잘 알고 있는 하느님의 사람이 나를 또 인도해주실거라 기대도 해본다. 그래서 신앙의 공동체가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라 생각도 들고...
다들 조금씩은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신앙의 공동체 안에서 서로 돕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랑이 넘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새해 첫날이고 천주 성모의 대축일 미사여서 그런지 평소 보이지 않는 분들도 많이 보이고 연세 많으신 어른들이 나오셔서 새해 복 많이 받아라고 악수해주시며 덕담을 해주시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고 많은 이들을 위로하는 날이었던 것 같다.
성당에 연세 많으시고 신앙의 연륜이 높으신 분들이 많아서 신앙 공동체 안에서 생기는 여러가지 문제들 가운데에서도 중심을 잡아 주셨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아지 세마리 이야기에서 신앙공동체 얘기까지 또 얘기가 삼천포로 샜어요.
전 왜이리 갈수록 수다와 잡담이 늘어가나 모르겠어요. 평소에 수다떨 곳이 별로 없으니 컴퓨터 자판을 빌어 이곳 묵상방에 매일 수다를 늘어 놓습니다.
제 글이 보이면 그냥 또 수다쟁이 왔나보다 생각하세요.
새해에는 조금 덜 오려고 다짐을 했는데 할말은 더 많아지고...그래도 평소 저의 일도 열심히 하고 가정에도 충실하고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도 열심히 하며 살고 있으니 염려는 마세요. TV보는 대신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랍니다.
새해의 좋은 날 계속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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