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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믿음엔 계산이 없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06 조회수979 추천수7 반대(0) 신고

 

 

 

공현 후 화요일 - 믿음엔 계산이 없다

 

한 번은 연세 있으신 신부님을 옆에 태우고 어디를 가던 중이었습니다. 저는 운전병 출신이고 제대 후에 아르바이트로 기사생활도 조금 해 본 경력이 있어서 어느 정도 운전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앞을 보니 주차되어있던 차가 뒤로 후진하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속도를 더 내어 그 차가 뒤로 더 빠지기 전에 지나가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옆에 타 있던 신부님께서 차가 부딪히는 줄 알고 ‘으악!’하며 소리를 지르며 몸을 운전자 쪽으로 움츠렸습니다.

저는 좀 더 안전하게 차를 몰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조수석에 탄 사람은 운전하는 사람보다 더 겁을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저도 남들이 운전하는 차에 타면 겁이 날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끔은 옆에서 놀라는 소리 때문에 더 놀라는 경우를 자주 겪게 됩니다. 나는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생각을 하는데도 상대는 그렇게 비명까지 지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무래도 운전자를 온전히 믿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불안감 때문에 일어나는 일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은 수많은 군중이 가엾어 보여 시간이 늦도록 많은 것을 가르치며 일깨워주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걱정이 점점 깊어집니다. 왜냐하면 더 늦어지면 남자만도 5천명이나 되는 이들이 모두 쫄쫄 굶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급기야 예수님께 이렇게 청합니다.

“여기는 외딴곳이고 시간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니 저들을 돌려보내시어, 주변 촌락이나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 것을 사게 하십시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저는 이 말씀이 이렇게 들립니다.

‘그런 것은 너희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내가 다 알아서 할 것인데 너희가 그런 것에 신경을 쓰니, 그렇다면 너희들이 한 번 알아서 해 보아라.’

제자들은 계속 세속적인 계산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러면 저희가 가서 빵을 이백 데나리온 어치나 사다가 그들을 먹이라는 말씀입니까?”

제자들은 이미 그 인원을 먹이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다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께는 모든 일이 가능하기 때문에 인간의 계산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는 사람을 먹이십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아직도 세상의 계산속에서 살아갑니다. 이 일이 있은 얼마 후에 예수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하자 제자들은 “우리가 빵을 가져오지 않았구나!”하며 서로 수군거립니다.

예수님은 다시 한 번 빵의 기적의 의미를 설명해 주셔야 했습니다.

예수께서 그 눈치를 알아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빵이 없다고 걱정들을 하다니, 너희는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아직도 모르겠느냐? 빵 다섯 개로 오천 명이나 먹이고도 남아서 거두어들인 것이 몇 바구니나 되었느냐?” (마태 16,8-9)

 

결국 우리들이 세상 걱정을 하는 것은 ‘믿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완벽한 운전수입니다. 옆에 타고 있는 우리들이 우리 자신들의 실력으로 하느님을 판단하기 때문에 위기를 느끼고 걱정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것입니다.

 

지금 경제가 매우 어려울 때입니다. 아마 그래서 봉헌이나 십일조를 하기가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우리가 하느님보다는 우리의 계산을 더 믿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우리는 예수님을 오롯이 믿기 보다는 자신들의 계산을 더 믿는 오늘 복음의 제자들의 모습은 아닌지 살펴보아야하겠습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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