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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좋은 도반(道伴)" - 1.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07 조회수557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7 주님 공현 후 수요일
                                                            
1요한4,11-18 마르6,45-52

                                                      
 
 
"참 좋은 도반(道伴)"
 


어제와 오늘의 시편 두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고요히 주님 안에 있어라.
  믿고 있어라.
  악을 꾀하는 자 그 가는 길이 복스럽다 하여 시새우지 말라.”

“나는 주님의 집에서 푸르른 올리브 같이,
  언제까지나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리라.”

주님 안에서, 주님과 함께 살 때 늘 푸르른 삶입니다.

참 좋은 도반은 우리의 주님뿐입니다.

언젠가의 깨달음을 두고두고 잊지 못합니다.
어느 좋은 분과의 하루 여행길 체험입니다.
 
혼자라면 가지도 않을, 참 별 수 없는 코스였겠습니다만,
좋은 분과 함께 하니 참 넉넉하고 풍요로운 코스에 시간이었습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분위기이자 시간임을 절감했습니다.
 
즉시 연상되는 게 우리 삶의 여정이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인생 여정 역시
주님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허무하고 무의미하고 재미없겠나 하는
깨달음이었습니다.

똑같은 장소와 시간 안에 살면서도
늘 주님과 함께 하므로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주님과 함께하지 않아 외롭고 쓸쓸하게 인생을 사는 이도 많을 것입니다.
 
외관상 삭막해 보이는 환경 속에서도
은수자들이 넉넉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음은
늘 함께하시는 주님 사랑의 현존체험 때문일 것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늘 함께 하시는 주님보다 인생여정에 좋은 도반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의 호수에서의 항해여정,
그대로 우리의 인생여정을 상징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늘 함께하시는,
부재(不在)로서 현존(現存)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보십시오.
 
깊은 새벽 어둔 밤,
호수 한 복판에서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노라 애쓰던 제자들에
주님은 부재로써 현존하시지 않습니까?
 
다음 묘사가 이를 입증합니다.

“배는 호수 한가운데 있었고, 예수님께서는 혼자 뭍에 계셨다.
  마침 맞바람이 불어 노를 젓느라고 애를 쓰는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새벽녘에 호수 위를 걸으시어 그들 쪽으로 가셨다.”

주님은 뭍에 계시면서도 제자들의 상황을 한 눈에 보고 계시니
그대로 부재로서 현존하신다는 표현이 적절합니다.
 
이런 주님께 대한 믿음이 있었더라면
제자들은 결코 당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평온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주님의 도움을 청했을 것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부재로서 현존하시던 주님은
즉시 자신을 드러내시며 기적을 베푸십니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얼마나 위로와 격려가 되는 구원의 말씀인지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늘 우리와 함께 하시는 참 좋은 도반인 주님이십니다.
 
어둡고 혼란할 때 은은히 들려오는
주님의 부드럽고 확신에 찬 말씀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는 말씀입니다.
 
마침내 주님이 그들이 탄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멎었다 합니다.

공동체가 어둠 중에 불안에 흔들릴 때
부재로서 현존하시는 주님을 묵상하며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는 곧 공동체의 배에 오르실 것이며
이어 회복되는 공동체의 평화와 안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호수 위를 걸어오시는 주님을 보고
유령인 줄로 생각하여 두려움에 비명을 질렀던 제자들,
그대로 우리의 모습입니다.
 
주님께 대한 믿음과 사랑 부족으로 완고해진 우리의 모습입니다.
 
충만한 믿음과 사랑으로 주님의 생생한 현존을 살았더라면
이처럼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1독서의 사도 요한이 참 좋은 가르침을 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습니다.
  완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쫓아냅니다.”

서로 사랑함으로 하느님 사랑이 우리 안에 완성될 때,
비로소 주님과 일치된 충만한 믿음과 사랑의 삶이요
심판 날에 확신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동터오는 태양 빛에 사라지는 밤의 어둠처럼,
주님 사랑의 현존의 빛에 물러나는 두려움의 어둠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의 참 좋은 도반인 주님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입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마태28,20ㄴ).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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