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려서부터 성격이 소심해 남들 앞에 서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그래서 성당 활동도 뒤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봉사하고자 했지만 책임자로는 활동할 엄두를 못 냈습니다.
한번은 중학교 때 학생미사 독서자로 선정되었는데, 독서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웠는지 모릅니다. 일주일 전부터 하루에 몇 번씩 성경구절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드디어 미사가 시작되고 제가 독서를 읽게 되었습니다. 하나도 안 틀리고 무사히 읽고 내려와 안도의 숨을 쉰 후에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너, 숨도 한번 안 쉬고 읽더라. 그리고 너무 빨라서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일주일 동안 하루에 몇 번씩 성경구절을 읽어 다 외워버렸기에 단숨에 읽어 내려 간 것입니다.
이런 성격 탓인지 저의 가족은 제가 사제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셨을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뒤늦게 사제의 꿈을 갖게 되었지만, 신학생 시절에도 세미나를 한다든지 대표로 발표하는 일에는 자신이 없었습니다. 동창들 앞에서 강론 연습을 하는 것도 여전히 힘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제품을 받고 강론대에 서는 순간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음을 느꼈습니다. 많은 사람 앞에서 울렁증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느님 은총의 힘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성사를 통해 하느님께서 저에게 내리신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구원의 말씀이 바로 그 자리에서 성취되었듯이 저에게도 사제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성사의 은총이 바로 그 자리에서 이루어짐을 느꼈습니다.
이미 예수님을 통해 구원의 길은 열려있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습니다. 구원은 우리 각자가 매일의 삶에서 예수님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분과 함께하는 그 순간, 바로 그 순간에 성취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구원은 한평생을 마무리 하는 순간까지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사람한테서 완성될 것입니다.
이건복 신부(수원교구 어농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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