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홀로 기도하셨다 | |||
---|---|---|---|---|
작성자김현아 | 작성일2009-01-09 | 조회수907 | 추천수7 | 반대(0) 신고 |
공현 후 금요일 - 홀로 기도하셨다
가끔 기도하다보면 어처구니없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즉, 예수님께 기도하고 있다가도 문득문득, ‘정말 여기 예수님이 계신 거 아니야?’라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있음을 느끼는 것이 기도의 시작인데도 그분이 정말 계시다는 생각에 문득문득 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로, 한 주교님이 하루는 성당에 홀로 무릎을 꿇고 경건하게 기도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분은 경건하게 성호를 긋고 이렇게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오~ 주여!” 그러자 예수님이 실제로 우렁차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나 여기 있다.” 주교님은 갑자기 들려온 예수님의 응답에 놀라서 그만 혼절을 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주님을 불렀으니 대답을 하는 것이 마땅하겠으나, 정말 대답이 들려오자 놀라서 기절을 하고 만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믿는다고 하면서도 정작 예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깊은 관계란 단 둘이 함께 있음으로 맺어지는 것입니다. 만약 애인이 둘이 만나기를 원하지 않고 계속 다른 친구들을 데이트에 함께 데려온다고 한다면, 그 둘의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 없습니다. 함께 만나는 것과 단 둘이 만나는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의 전례 상 미사나 성무일도 등 많은 것들이 공동으로 하게 되어있습니다. 당신의 이름으로 둘 이상이 모인 곳에는 당신도 함께 있겠다고 하신 것에서, 주님은 신앙인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칫 잘못하면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하도 많아 상대적으로 개인적으로 예수님을 만나는 시간이 거의 없게 될 수 있습니다. 사제들조차도 홀로 주님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굳이 찾지 않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왜냐하면 미사를 주례하는 것 자체가 큰 기도이기 때문에 그것에 만족하고 홀로 기도할 필요를 못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위에도 말씀드렸듯이 홀로 만나는 시간을 꾸준히 갖고 있지 못하다면 사실은 그 분과 깊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항상 애인을 만나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나고 있는 경우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도 교수신부님과 그래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 그 분을 개인적으로 찾아뵙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찾아가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아직은 둘이 만나는 것이 약간은 불편해서일 것입니다. 홀로 만나서 깊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관계가 참으로 깊은 관계이고 이는 기도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병을 고쳐주심으로써 매우 유명해지십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주님께 몰려듭니다.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예수님은 아무리 바쁜 와중에서도 홀로 기도할 시간을 찾았던 것입니다. 이는 바로 아버지와의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남편이 아내와의 관계가 다른 이들과의 관계보다 우선인 것처럼 사람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우선 아버지와의 관계에 충실할 줄 아셨던 것입니다. 우리들도 마찬가지여야 하겠습니다. 이웃과의 좋은 관계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우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홀로 외딴 곳에서 예수님을 꾸준히 만날 수 있는 그런 관계인지 아니면 함께 만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는 관계인지 묵상해 보아야하겠습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