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야, 외딴 곳에서 예수님이 기도하고 계셨다.
제자들이 찾아와서 “모두 스승님을 찾고 있습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
광야, 외딴 곳은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주 그런 곳에서 기도하셨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외딴 곳을 찾지 않는다.
그곳에는 나병환자 같은 사람들만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던 사람이 예수님 앞에 나타났다.
그가 원하는 것은 깨끗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깨끗하게 해주신다.
그리고 사제들에게 가서 몸이 깨끗해진 것을 보여주라고 하신다.
대신에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깨끗해진 것을 알리지 말라고 하신다.
하지만 이 사람은 가서 자기에게 일어난 일들을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예수님이 불편해졌다.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 곳에 머무르셨다.”
불쌍한 분,
광야에 있던 사람은 깨끗하게 고쳐주시고
그래서 더 이상 광야에 살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주시고
그 대신 당신은 광야로 내 몰린 신세가 되셨다.
십자가에 매달렸을 때 그 밑에 있던 사제들이 빈정거리며 던진 말이 그랬다.
“다른 이들은 구원하였으면서 자신은 구원하지 못하는군.”
나병환자를 만지기까지 했으니
정결법에 따라 예수님은 불결한 사람이 되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광야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예수님이 하신 일이 이런 것이었다.
중심지를 이동시킨 것이다.
예루살렘 성전이 아니라 광야가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주요무대가 된 것이다.
그곳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셨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광야로 몰려든 것은 아니었다.
광야가 사람 살기에는 힘든 곳이지만
하느님을 만나기에는 정말 좋은 장소다.
사실 우리도 마음이 광야같이 메마르고 외롭고
소외된 느낌이 들 때 하느님을 찾는다.
하느님이 계신 곳은 화려한 성전이 아닌 듯하다.
사람들은 화려한 성전에서 예식을 바치고 싶어하지만
정작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전이 아닌,
거친 광야에서 기도하고 단식하시면서 사람들을 만나셨다.
지금 우리 교회가 보여주어야 할 모습도
그런 모습이라야 할텐데 그렇다고 할만하지 않다.
가끔씩 교우분들 혹은 비신자 분들과 얘기를 하다가 듣는 소리,
“신부님 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성당도 돈 있어야 다닐 수 있겠어요.
성당 짓는다고 돈 내라, 행사한다고 돈 내라,
유치원 짓는다고 돈 내라, 맨날 돈 내라는 소리 뿐이니
돈 없는 사람은 성당 다니는 것도 힘들어요.”
그러면 궁색한 변명을 하게 된다.
“그건 돈 있는 사람들한테 하는 말이지 돈 없는 분들한테 하는게 아닙니다.”
성당이 예수님과 함께 광야에 있지 못하고
부자들만 사는 예루살렘 성전만 쳐다보고 있진 않은지 반성해 보면서 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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