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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서에는 소통하는 힘이 있습니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6 조회수645 추천수8 반대(0) 신고
 
 

용서에는 소통하는 힘이 있습니다 - 윤경재

 

사람들이 어떤 중풍 병자를 그분께 데리고 왔다. 그 병자는 네 사람이 들것에 들고 있었는데, 군중 때문에 그분께 가까이 데려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분께서 계신 자리의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내어, 중풍 병자가 누워 있는 들것을 달아 내려 보냈다. 예수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이제 사람의 아들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너희가 알게 해 주겠다.” 그러고 나서 중풍 병자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마르 2,1-12)

 

  모든 병이 어느 정도 환자 자신에게 책임을 돌릴 수 있겠지만, 중풍, 고혈압, 당뇨 등 성인병은 자신이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질병에 속합니다. 평소 식생활을 올바로 하고, 몸 관리를 꾸준히 한다면 웬만해서는 걸리지 않는 병입니다. 그러나 한번 이런 병에 걸리면 온전히 치유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의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고 옛 습관대로 산다면 더 악화할 뿐입니다. 그러기에 이런 병은 낫기 바라기 전에 먼저 자신의 태도를 반성하는 회개가 필요합니다.

 누구에게 탓을 돌리기 어려운 병입니다. 남과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화를 자주 내지 않았는지, 제 입맛대로 음식을 먹고 마셨으며 해롭다는 충고를 무시하지 않았는지, 운동을 게을리 했는지, 매사에 감사할 줄 모르고 짜증내며 우울한 나날을 보내지 않았는지 살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자기 생활을 180도 바꾸는 결단과 함께 새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네 신앙생활과 비슷하게 닮았습니다.

  먼저 병에 분노하지 말고 자신을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또 자신만큼 힘들어하는 가족에게 오히려 감사와 위로를 보내야 합니다. 생활습관을 고치고 의사나 한의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치료에 나서는 게 중요합니다. 공연히 이사람 저사람 말만 듣고 헷갈리면 시간만 지체될 뿐입니다.

  마르코와 마태오 복음서에서 “네 죄를 용서 받았다.”라는 표현은 이 중풍병자에게만 쓰입니다. 다른 치유기적이나 구마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중풍병자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 보셨기에 먼저 용서를 선언하신 것입니다. 이 중풍병자는 심각한 죄의식에 빠져 병이 낫지 않고 마비가 점점 더 심해졌습니다. 자신이 병에 걸린 것을 원망했고 병을 치료하느냐 이리저리 소문 듣고 쓴 비용 탓에 집안이 기울어졌습니다. 가장이 가족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서 우울했습니다. 모든 게 자신의 죄 탓이었습니다. 주님께 용서받고서야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아 왔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마비病을 마목불인(麻木不仁)이라 부릅니다. 仁하지 못해서 마목이 생겼다는 말인데 이때 仁은 소통을 뜻합니다. 風病이 오래되면 기혈 소통이 나빠져 不仁병이 점점 악화한다는 말입니다. 지체 없이 기혈 순환을 풀어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용서라는 한마디 말씀으로 환자의 막힌 氣를 뚫어 주셨습니다. 이처럼 용서한다는 말은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개인의 痲痺병 뿐만 아니라 사회의 마비도 결국은 소통이 부족해서 생기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仁하지 못해서 사회가 병들고 죽어가는 것입니다. 용서는 仁을 가져다주는 출발점입니다. 먼저 하느님의 용서를 받아들이고 또 받은 그대로 타인을 용서하고 자신도 용서할 때 (풀)어진 상태가 회복하는 것입니다. 서(恕)가 곧 인(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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