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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월 19일 야곱의 우물- 마르 2, 18-22 묵상/ 바람이 하는 말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19 조회수570 추천수4 반대(0) 신고
바람이 하는 말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들이 단식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예수님께 와서, “요한의 제자들과 바리사이의 제자들은 단식하는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단식할 수야 없지 않으냐? 신랑이 함께 있는 동안에는 단식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때에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아무도 새 천 조각을 헌 옷에 대고 깁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헌 옷에 기워 댄 새 헝겊에 그 옷이 땅겨 더 심하게 찢어진다. 또한 아무도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마르 2,18-­22)
 
 
 
 
◆새벽 3시쯤 되었을까, 별들이 쏟아질 듯 머리맡 가까이 와 있었다. 별빛이 어슴푸레해진 후 일어나 화마루 공소에서 도보 성지순례를 시작했다. ‘사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우리나라가 되도록, 그리고 우리 수도회 회원의 성화와 일치를 위하여’라는 공동 지향을 두고 걷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우리 공동체와 고3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걸었다.
 
불안한 가운데 아픈 아이들 생각이 나며 눈물이 흘렀다. 모쪼록 삶의 순간순간을 사랑하며 충실히 살도록 노력하고 자신의 삶을 잘 선택할 수 있기를, 계속되는 삶에서 새로운 진리에 열려 있기를, 그리고 성적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걸었다. 한 달치 약봉지를 들고 가면서도 “아이들이 힘들지 나는 괜찮아요.” 하시던 고3 담임선생님 생각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바람과 하나 되어 흔들리는 억새와 고요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고, 온몸을 다 내어 주며 우리가 걸어가야 할 땅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했다. 어느 순간엔 마음 가득 고독이 밀려들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저 내가 더 이상 계획하지 않고, 가까이 계시는 하느님과 공동체와 함께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는 게 인생이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해주시는 분도 주님이시고, 공동체 안에 이런 은총을 누릴 수 있게 해주시는 분도 주님이시다. 늘 당신의 모습을 새롭게 만나고 자유로운 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는 님께 감사드리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야겠다.
조정희 수녀(사랑의 씨튼 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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