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성모님의 꽃...로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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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영미 | 작성일2009-01-19 | 조회수769 | 추천수4 | 반대(0) 신고 |
저의 세례명이 지어진 경위는 참 시시하기도 하고 우연같지만 또 시간이 흐르다보니 저와는 필연인 듯도 합니다. 성인이 되어 교리를 받았고 교리를 받는 내내에도 어떤 세례명을 해야할지 딱히 선택을 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어 세례전에 세례명을 써서 담당자께 제출해야하는 날이 왔는데도 마땅히 떠오르는 이름이 없었어요. 저의 대모가 된 저의 친구는 근처에 살고 있지 않았고 사실 제가 심각하게 조언을 구하지도 않았지요.
그런데,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 이름을 써야하는데 저희 남편이 로사가 어떠냐, 로사란 이름이 참 이쁜 것 같다고 얘기 하였습니다. 그래 장미의 다른 말인 로사 ...한글 이름처럼 글자도 두글자라 마음에 들고 그당시에는 어떤 성녀인지 잘 알지도 못했지만 그냥 이름이 좋아서 그리고 남편이 정해준 이름이라 그래 그냥 그걸로 하자 하는 필이 팍 왔지요.
그래서 로사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시시하지요? 하지만 지금 저는 영미라는 저의 한글 이름보다 로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저는 로사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요. 로사...부르기도 쉽고 부를때마다 제가 장미처럼 아름답진 않지만 그 마음은 장미를 닮고 싶어 그런지 아름다운 장미꽃도 연상되구요.
가톨릭을 점점 더 알아 갈 수록 성모님의 큰 역할을 알면 알수록 성모님의 꽃인 로사라는 이름이 너무 좋은 거예요. 물론 로사 성녀의 고행과 보속, 주님을 향했던 고통스런 극기가 진정 주님안에 자유로움을 느껴 영적인 기쁨에 도달할 수 있었던 점 그리고 장미꽃을 사랑했던 아메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성녀가 되고 지금도 남 아메리카의 수호 성녀이신 페루 리마의 성녀 로사도 좋습니다. 나도 성모님처럼 로사 성녀처럼 고통을 감내하며 피어내는 장미꽃의 향기처럼 아름다운 향기를 풍길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좋겠다는 바램을 하며 하루 하루를 성모님의 겸손과 인내 그리고 사랑으로 살기 위해 노력합니다.
집안일로 지치거나 반복되는 가족들의 나쁜 습관-예를 들어 양말 벗어 그대로 소파주변에 놓거나 집안을 매일 어질러 놓는 일-에 화를 버럭 버럭 내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성모님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셨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사소한 것으로 부딪히게 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 어쩔 수 없이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 집안 일로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경우...아마 성모님도 평생 이렇게 아내로 어머니로 사시며 매일 매일 느꼈던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성모님은 아마 나처럼 이리 이성을 잃고 화를 내지는 않았을거야, 더 현명한 방법으로 아들 예수님을 키우셨을꺼야 라고 생각하며 성모님께서 이 순간에 선택했던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지고 상상으로 그려보곤 합니다.
그러면서 나도 성모님처럼 해야지...인자하고 자비로운 엄마가, 아내가 되어야지 하며 나의 순간적인 화와 분노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어머니로부터 배워 갑니다.
오늘 밤에 잠깐 집 근처의 마켓에 갔다가 미니 로즈 화분이 1달러에 세일을 하는 거예요. 원래는 10불도 넘었을법한 큰 화분이고 장미도 몇송이 있는데 가지나 잎이 말라가니 빨리 팔기 위해 파격 세일을 한 것입니다. 장미를 보면 한번이라도 눈을 마주쳐 주고 웃어 주어야하는 저이기 때문에 조금은 말라서 불쌍해 보이는 장미 화분을 사서 가슴에 안고 기쁜 마음이 되어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목마른 장미를 집에 데려와서 싱크대에 놓고 물을 흠뻑 주었습니다.
모든 식물은 그렇더라구요. 사랑하는 마음을 주고 애정어린 눈길과 손길을 주면 그 뿌리가 살아나고 싱싱한 잎으로 혹은 아름다운 꽃으로 저에게 기쁨을 줍니다.
봄에는 향기가 진한 빨간색 덩쿨 장미를 뒷마당에 심을 거예요. 그리고 다른 장미 꽃들도 저의 정원에 자리를 잡을 거예요. 그래서 아름다운 장미향을 맡으며 또 아름다운 꽃을 보며 어머니를 매일 매일 생각하며 살 수 있게요.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고 기다려지는 봄입니다.
주일밤이 되면 주님의 일로 열정적이고 바빴던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잘했다 칭찬도 하며 푸근한 마음이 되어 편하게 쉴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수술을 앞두신 저희 주일학교에서 가르치시는 미국 수녀님을 생각하며 간단하게 기도하고 편안히 잠들어야 겠습니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은 계속 좋은 날 되시고 주님안에 많이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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