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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와서 아침을 먹어라” - 4.9,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4-10 조회수363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4.9 부활 팔일 축제 내 금요일

사도4,1-12 요한21,1-14

 

 

 

“와서 아침을 먹어라”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다릅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있습니다.

 

잘 들여다보면 다 ‘가난한 사람들’이요

‘하느님을 목말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게 인간에 대한 정의입니다.

 

새벽 성무일도 중,

독서기도는 ‘주님의 자비는 영원하시다.’가 주조를 이루었고,

아침기도는 ‘주님을 찬미하라.’가 주조를 이루었습니다.

주님의 자비를 영원히 찬미할 때

비로소 영적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사실 물적 가난 못지않게 심각한 게 영적 가난입니다.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공부방 어느 자매의 고백이 충격이었습니다.

“이 아이들에게 시간은 그냥 버려지는 것입니다.

  세월을 버리고 살죠.

  다른 아이들처럼 시간이 차곡차곡 쌓여

  무엇인가를 하나씩 이뤄가는 게 아니라

  그냥 미용티슈 한 장 뽑아 쓰고 버리고, 버리고.

  그러니까 아무것도 손에 남는 게 없는 게 가난한 애들의 삶입니다.

  딱히 할 일도 없고,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희망도 없고…”

 

비단 이 가난한 아이들뿐 아니라

삶의 의미를, 희망을 잃고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힘들 때 마다 수도원을 찾아 면담성사를 받는

어느 가난한 본당 사제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살기 힘들어 한 숨 내쉬며

  고백성사를 보는 신자들을 대할 때마다 참 답답합니다.

  이번 기도학교를 시작했습니다.

  삶이 어려울수록 하느님을 찾는,

  기도에 대한 신자들의 열망이 얼마나 큰 지 느낍니다.”

 

말 그대로 ‘살기위하여’

삶의 의미이자 희망이신 주님을 찾는

내적 갈망의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삶의 의미를, 희망을 잃어 심각한 가난입니다.

 

부활 성야, 빛의 예식 중 ‘그리스도 우리의 빛’이라 외쳤듯이

그리스도는 우리의 빛, 우리의 희망, 우리의 기쁨, 우리의 평화입니다.

아니 그리스도는 우리의 모두입니다.

이런 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갈 때 비로소 가난에서 벗어납니다.

 

오늘 말씀에서 부활하신 빛이신 그리스도의 권능이 뚜렷이 들어납니다.

오늘 복음 장면 전반부가 허무의 어둠을 상징한다면

부활하신 주님이 함께하는 후반부 장면은 빛의 충만함을 상징합니다.

“나는 고기 잡으러 가겠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라는 묘사를 통해 전반부의 어둔 분위기가 잘 들어납니다.

 

주님 부활을 체험하지 못한 제자들의 무기력한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바로 이들의 뒤에서

밤새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던 부활하신 주님은

동터오는 아침에 이들을 부르십니다.

동터오는 아침이 상징하는바 바로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얘들아 무엇을 좀 잡았느냐?”

“못 잡았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 쪽에 던져라.”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제자들이 그물을 던졌을 때

고기가 너무 많이 걸려 그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었다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공동체의 중심에, 우리 삶의 중심에 자리할 때

어둡고 허무한 삶은 의미 충만한 빛의 삶으로 전환됨을 깨닫습니다.

 

사도행전의 베드로는 부활하신 주님의 영으로 가득한 참 부자입니다.

성령 충만한 그의 설교에 무수한 이들이 주님을 믿게 되었다 합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빛만이 마음 속 어둠을 환히 밝힙니다.

대낮 같이 밝은 세상이라도

부활하신 주님이 계시지 않으면 그 마음은 캄캄한 어둠입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모실 때 비로소 생명과 빛으로 충만한 삶입니다.

 

바로 이런 진리를 깊이 깨달은 사도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예수님 말고는 다른 누구에게도 구원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에게 주어진 이름 가운데에서

  우리가 구원 받는 데에 필요한 이름은

  하늘 아래 이 이름 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부활하신 주님은

우리를 당신 생명의 아침 미사 잔치에 초대해 주셔서

당신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충만한 하루를 살게 하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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