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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 2.28,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3-01 조회수354 추천수7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10.2.28 사순 제2주일                                    
창세15,5-12.17-18 필리3,17-4,1 루카9,28ㄴ-36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재미난 작명(作名) 사건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참으로 신심 깊은 자매님과 그 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창 민감한 사춘기에 있는 딸이
이름을 계속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간간이 말해오다가
요즘 본격적으로 촌스러운 옛 이름 같다 하여
‘은숙(恩淑)’이란 이름을 바꿔 달라하여 저의 도움을 청했습니다.

은숙이란 어감이 친근감이 가고
은총 은자 맑을 숙, 은총 가득 받아 맑은 사람,
얼마나 좋은가 누누이 설명했지만 막무가내였습니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그 딸이 인터넷에서 찾아 낸 작명소를 다녀와
‘지연’이란 이름을 내심 작정했는데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이 자매님이 갑자기 두통이 나고 마음이 혼란한 데
직장에 있는 남편도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몸도 아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작명소에 갔던 일이 마음에 켕긴 자매님은
딸아이에게 자초지종 이야기 하고
자기가 기도 중에 생각난 ‘하은’이란 이름을 권했습니다.
“그 이름 어머니가 정말 기도 중에 생각난 이름이야?”

“그럼, 얼마나 좋으니. 성령이라 할까 하다가
 ‘하느님의 은총’에서
  하자와 은자를 따서 하은이니 얼마나 좋으니”
이 이름을 가지고 저의 자문을 들으러 온 자매에게
저 역시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아, 이 보다 더 좋은 이름 들은 적은 없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을 줄인 이름이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작명소에 이름 정한 것보다 백번 낫습니다.”

그 자매님이 확신을 지니고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간 몇 시간 후에
그분의 딸아이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어머니는 하은이란 이름이 좋다 하는데
자기는 하윤이가 좋은데 신부님의 생각은 어떠냐는 것입니다.
 
하은이냐 하윤이냐,
이름을 가지고 모녀간의 다툼이 계속되자
그 자매님이 딸에게 직접 신부님께 전화해보라고 한 것입니다.
 
저의 막힘없는 대답입니다.

“하느님의 윤리에서 하윤이라 너무 딱딱하다.
  하은이가 정말 좋다.
  하느님 하자에 은은할 은, 은혜 은자,
  하느님의 은혜 속에 살아가는 하은이 얼마나 좋으니.
  나 이렇게 좋은 이름 본 적 없다.
  또 여름 하자에 은하수 은 자,
  여름 하늘에 은하수 얼마나 낭만적이고 운치 있는 이름이냐.”

마침내 ‘여름 하늘에 은하수’라는 이름 풀이에
소리 내어 웃으며 흡족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신부님, 하은이라고 할께요.”
 
어머니의 기도의 열매가 하은이란, 하느님 주신 이름입니다.

늘 주님께 기도하십시오.

늘 기도하라 눈 들면 어디에나 하늘입니다.
믿음의 사람들 한결같이 기도의 사람들입니다.
 
1독서의 아브라함,
2독서의 사도 바오로,
복음의 예수님 모두가 기도의 대가들입니다.
 
기도와 삶이 완전히 일치된,
하느님과 하나 되어 살았던 분들이셨습니다.
 
말 그대로 살기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해야 영혼도 살고 이어 육신도 삽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참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하느님과 얼마나 친한 관계에 있는 아브라함인지 깨닫게 됩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 때가 언제쯤 되는지요.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는 자체가 그대로 기도입니다.
 
별을 바라볼 때마다
이 장면을 생각하면서
하느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를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아브라함이 믿으니,
  주님께서 그 믿음을 의로움으로 인정해 주셨다.’
 
기도와 함께 가는 믿음입니다.
 
기도의 사람, 아브라함은
가감 없이, 곧이곧대로 하느님의 약속을 믿었습니다.

복음의 예수님 역시
십자가의 여정 중에 지친 몸을 이끌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시어
사랑하는 세 제자들을 직접 당신의 산 피정에 참여 시킵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는데,
그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의복은 하얗게 빛났습니다.
 
기도 중 하느님을 만났을 때의 내적변화가
빛나는 모습으로 표현된 것입니다.
 
이래서 기도입니다.
 
활동의 넓이에서가 아닌
관상의 깊이에서 만나는 주님이십니다.
 
진정 내적 자유와 내적 평화를 누리는 길은
기도를 통한 내적 변화뿐이 없습니다.


늘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주님을 찬미하라 있는 입이며,
주님의 말씀을 들으라고 있는 귀입니다.

기도와 분리된 말씀이 아니라
말씀을 잘 들을 때 주님과 코드가 맞아 기도 역시 원활해집니다.
 
주님의 신비로운 모습을 체험하고 놀랜 제자들의 엉겁결 반응입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집착에서 나왔든, 세분에 대한 호의에서 나왔든
주님께서 분명히 바라시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또 다시 십자가 여정 길에 올라야 하는
제자들이요 사순시기 우리들입니다.
 
잠시 자기 삶의 자리를 망각한 베드로임이 분명합니다.
 
곧 침묵의 하늘에서 구름을 뚫고 들려온 하느님의 말씀입니다.

“이는 내가 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침묵할 때 들리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러한 소리가 들린 뒤에는 예수님만 보였습니다.
 
예수님만 보고
예수님의 말씀만 듣고
예수님만 따라 살라는 표지입니다.
 
주님 아닌 모든 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제자들은 그 때에는 침묵을 지켜
자기들이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침묵의 지혜입니다.
 
신비체험일수록 숨겨두고 곰곰이 묵상할 때 깊어지는 영적 삶입니다.
침묵해야 주님의 말씀을 듣습니다.
 
진공상태의 침묵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환히 깨어 열려있는 빛나는 침묵입니다.
 
이래서 위대한 침묵입니다.
 
또 주님의 말씀을 들어야 주님과 코드가 맞아 대화의 기도입니다.
 
침묵의 사람,
말씀의 사람,
기도의 사람이 하나로 연결됨을 봅니다.
 
침묵과 말씀과 기도와 더불어 성장 성숙하는 믿음입니다.


늘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보이는 세상이 아닌
보이지 않는 영원하신 분, 주님 안에 정주하라는 말씀입니다.
 
이래야 내적 평화와 안정입니다.
 
주님 안에 정주하지 못해
불안과 두려움으로 인한 끝없는 방황이요. 복잡 혼란해지는 삶입니다.
 
하느님이 아닌 보이는 세상 것들에  
마음을, 믿음을, 신뢰를, 희망을 둔 이들 참으로 비참한 이들입니다.
 
예나 이제나 똑같이 반복되는 인간 현실 같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말씀에 해당되는 사람들 역시 오늘날에도 많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원수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끝은 멸망입니다.
  그들은 자기네 배를 하느님으로,
  자기네 수치를 영광으로 삼으며 이 세상 것만 생각합니다.”

완전히 영적가치관이 전도된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삶입니다.
 
하느님께 멀어짐으로 자초한 결과입니다.
 
이래서 기도와 말씀을 통한 주님과의 친교가 절대적입니다.
 
주님과 가까워짐으로
주님 안에 굳건히 정주할 때
세상 것들로 부터의 자연스런 이탈입니다.
 
이런 이들은 세상에 살 되
세상에 속화(俗化)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성화(聖化)하는 하느님께 속한 사람들입니다.
 
이 점 사도 바오로가 통쾌하게 집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만물을 당신께 복종시킬 수 있는 그 권능으로,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대로 우리 모두 이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통해
미리 앞당겨 체험하는 현실입니다.


참 좋으신 주님이십니다.

주님만이 우리가 거할 궁극의 안식처이자 피난처입니다.
 
주님은 오늘 우리 모두에게
하늘의 시민으로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늘 주님께 기도하십시오.
 
늘 주님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늘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
 
 
바로 사순 제2주일 주님의 간곡한 당부 말씀입니다.
 
이래야 하느님의 시민으로서
언제 어디서나 안정과 평화의 삶, 찬미와 감사의 삶입니다.
 
오늘도 주님은
사순 제2주일 미사에 참여하여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당신의 말씀을 듣고,
성체를 모시는 우리 모두를 축복하시어
당신 안에 굳건히 서게 하십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 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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