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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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평화와 고요함과 고독을 맛보려면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10-01-08 조회수444 추천수3 반대(0) 신고
예수님께서 어느 한 고을에 계실 때, 온몸에 나병이 걸린 사람이 다가왔다. 그는 예수님을 보자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이렇게 청하였다.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예수님께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에게 분부하시고,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모세가 명령한 대로 네가 깨끗해진 것에 대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하셨다.
그래도 예수님의 소문은 점점 더 퍼져, 많은 군중이 말씀도 듣고 병도 고치려고 모여 왔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
(루카 5:12-16)
 
오늘 복음에 나오는 치유이야기는 아주 특이하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수많은 기적들은 말씀을 통하여 이루어졌지만 여기서는 나병 환에게 손을 대시어 기적을 일으키셨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므로 구태여 아픈 이의 몸에 손을 대어 치유하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유대 법에 따르면 예수님께서 스스로 부정하게 되셨다. 부정한 나병환자 같은 사람은 강제로 격리되었으며 부정한 사람을 만지면 안 되게 되어 있었다.(레위 13:42-46)
 
그러나 너무나 간절히 바랐으므로 연민을 보이신 것이 결국 율법을 어기신 꼴이 되었다. 당연히 소문이 퍼져나갔을 것이다. 말은 퍼져나가게 마련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말씀’이시다. 말씀이 사람이 되신 이유는 말로써는 알아듣지 못하니 ‘몸으로 보여주시게’ 된 것이다. 그런데 말씀이 사람이 되신 후 처음으로 몸으로 기적을 보이시고 난 후 왜 함구를 당부하셨을까? 유명해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의 유명인사들은 더 유명해지려고 애쓴다. 연예계나 언론계에 있던 사람이 정치에 뛰어드는 것이 그 한 예이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지금 살아계신다면 절대로 TV에 출연하시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는 수많은 기적을 보이신 후에는 반드시 외딴 곳으로 가서 기도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습관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더 유명해지셨다.
 
남극에 겨울이 오면 칠흑 같은 어둠에 싸이게 된다. 리차드 버드(Richard Byrd)는 날씨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하여 혼자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넉 달 반을 보냈다.
왜 혼자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에 그가 답했다.
평화와 고요함과 고독을 맛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람이 어떤 방향에서 불든 우리는 바람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사려가 깊은 사람은 먼저 바람이 어디서 불어 오고 안전하게 피신할 수 있는 곳이 어딘지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버드는 이 경험을 통하여 사람이 달라져서
“저는 이제 더 단순하게 더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믿을 것은 하느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작가 삐까르(Max Picard, 1888-1965)는 그의 책 『침묵의 세계(The World of Silence), 박갑성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86』에서 “침묵의 의미”에 대하여 잘 설명하고 있다.
 
매 순간마다 인간은 침묵을 통해서 모든 사물의 근원과 대면할 수 있다. 다른 어떤 기본 현상도 침묵처럼 매 순간마다 현존하는 것은 없다. 현대 세계의 모든 소음은 침묵의 광활한 배경위에서 시끄럽게 울어 대는 곤충과도 같다.”(p18)
 
인간은 침묵 속에 있을 때 언어를 본고장(창조주)에로 돌려보낸다. 그러므로 거의 모든 침묵에는 무엇인가가 거룩한 것이 느껴진다.”(p43)
 
침묵 속에서 비로소 인간과 신의 신비가 대면한다.
그리고 이 침묵에서 생기는 언어는 아직 아무것도 말한 적이 없는 최초의 언어같이 근원적이다. 그러므로 이 언어는 신의 신비에 대해서 말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신의 신비가 언제나 하나의 침묵의 층을 자기 앞에 전개하고 있는 것은 신의 사랑의 표현이다. 왜냐하면 인간이 신의 신비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도 하나의 침묵의 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밍웨이가 말했다.
내면에 충실하게 살게 되면 될수록 더 단순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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