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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월 10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11-09 조회수967 추천수16 반대(0) 신고
 

11월 10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 기념일-루카 17장 7-10절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하고 말하여라.”


<내려서고 또 내려서고>


   눈도 아직 뜨지 못한 채 고물고물 기어 다니기만 하는 갓 태어난 강아지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집 밖에서 낑낑대고 있었습니다. 어미개가 있는 집 안으로 다시 넣어주려고 녀석을 손으로 번쩍 집어 들어 품에 안아보았습니다.


   그 보드라운 감촉에 아득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생명의 신비가 고스란히 전해져왔습니다. 손가락 하나를 녀석의 작은 입에 넣었더니 엄마젖인줄로 착각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품에서 내려놓기가 싫었습니다.


   그러다가 옆집에 있는 녀석, 덩치가 산만한 형님에게 다가갔더니 온 몸으로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녀석은 덩치가 너무 컸기에 부담스러웠습니다. 품에 안아주고픈 마음 까지는 들지 않았습니다. 갓 태어난 강아지와 비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순간 하느님과 우리와의 관계도 마찬가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면 왜 사랑하실까요? 우리가 큰 사람이어서? 우리가 높은 사람이어서? 우리가 승승장구, 탄탄대로만을 걸어온 사람이어서? 우리가 대단한 사람이어서 사랑하실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제 눈에 큰 녀석보다도 아직 눈도 채 못 뜬 하룻강아지가 더 고 측은해서 품에 꼭 안아주었듯이, 하느님께서도 우리가 작은 사람일 때, 우리가 낮은 곳에 서 있을 때, 우리가 단순하고 소박한 사람일 때, 영혼의 때를 벗겨버리고 다시금 순수성을 회복했을 때, 우리를 당신 품에 꼭 끌어안고 더 극진히 우리를 사랑해주시리라 믿습니다.


   결국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다면 방법은 한 가지 뿐이네요. 큰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람이 되는 것, 높은 곳에 서 있기보다 낮은 곳으로 내려서는 것, 주인이 되기보다는 종이 되는 것...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향해 종이 되라고 권고하고 계십니다.


   “이와 같이 너희도 분부를 받은 대로 다 하고 나서, ‘저희는 쓸모없는 종입니다.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하고 말하여라.”


   맑디맑은 계곡물을 생각해보십시오. 고여 있어서는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쉴 새 없이 흐르고 또 흐른 결과입니다. 아래로 아래로 흘려보내고 또 흘려보낸 결과입니다.


   우리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겸손하고 온유한 사람, 가장 밑바닥에 서있으면서도 만족하는 사람은 결코 없습니다.


   오랜 자기 수련과 연마의 결과입니다. 내려서고 또 내려서고, 물러서고 또 물러서고, 비우고 또 비운 결과가 겸손한 성자(聖者)입니다.


   오늘 또 다시 겸손의 덕을 쌓기 위한 또 다른 여행길을 시작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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