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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월 3일 목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3 조회수935 추천수16 반대(0) 신고
 
 

9월 3일 목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기념일 - 루카 5,1-11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참담한 심정>


   하필 물때가 맞지 않아 밤낚시를 완전히 망친 날, 예수님께서 시몬의 배에 올라오십니다. 그리고 시몬에게 하시는 말씀은 더욱 뚜껑 열리게 만듭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그 말을 들은 시몬은 솔직히 말해서 기분이 몹시 언짢았습니다. 그날은 전문직 여부였던 시몬과 동료들조차 밤새도록 그물을 쳤지만 단 한 마리도 못 잡았던 일진이 좋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어떻게 단 한 마리도 못 잡을 수가 있습니까?    


   그런데 사실 낚시라는 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낚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한 마리도 못 잡은 시몬의 그 참담한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낚시는 사실 물때가 언제이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시몬과 그 동료들이 밤낚시를 한 때는 아마도 가장 물때가 가장 좋지 않을 때로 추정됩니다. 밤새도록 그물을 쳐보았지만 피라미 새끼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그 허탈한 심정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하루 밤을 괜히 허송세월 했다는데서 오는 허탈감, 일단 잡아야 먹고사는 게 어부인데, 한 마리도 못 잡았으니 공쳤다는 말입니다.    


   일단 고기를 좀 잡았어야 새벽녘의 그 기가 막힌 매운탕에 소주 한잔도 할 수 있고, 또 피로도 풀 수 있을 텐데, 완전히 공치다보니 속은 더욱 쓰렸습니다. 학수고대하고 있는 가족들 얼굴이 떠오르면서 시몬의 어깨는 더욱 쳐졌습니다. 집에 들어갈 면목이 없었습니다.   


   이토록 심기가 불편해있는데, 예수님께서는 불난 데 부채질이라도 하듯이 억장 무너지는 소리를 하십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 이 말을 들은 시몬과 동료들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예수 지가 뭔데, 아무리 병든 사람을 고쳐주고, 빵을 많게 하는 기적을 한다지만, 그래도 고기잡이에는 우리가 일가견이 있는데, 우리가 이 직종에만 종사해온 지가 벌써 30년인데, 지가 뭘 안다고, 그리고 말하는 것 들어보니 더욱 가관이네. 지금 이 시각에 고기는 무슨 고기! 그리고 또 깊은 곳으로 가서 치라고? 야! 끓는다 끓어!"


   동료들을 겨우 달랜 시몬은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며 마지못해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쳤습니다.    


   이 상황에서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치라 "는 예수님의 요청은 한 마디로 기존에 시몬이  지니고 있던 낡은 가치관, 인간적인 삶의 양식, 세속적인 사고방식을 버리라는 요청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통해 "인간적인 것들을 버려라! 그래야 완전히 새로움인 나를 받아들일 자격이 생긴다."는 진리를 일깨우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시몬에게 보다 전적인 신뢰를 요청하고 계십니다. 기존에 시몬이 가지고 있었던 인간적인 자질이나 능력, 경험들을 다 던져버리고 당신과 함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자는 예수님의 초대가 바로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쳐라"는 말씀의 요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부르시고 선택하실 때 조건 없는 믿음을 요구하십니다. 따라서 인간은 시몬처럼 절망 속에서도 희망해야 합니다.    


   예수님은 시몬의 두려움을 없애주시고 그에게 사명을 맡기십니다. 이제 시몬은 배를 육지에 대고 어부라는 직업을 버립니다. 이제 시몬은 새로운 성취수단을 발견한 것입니다. 시몬의 삶은 이제 고기를 낚던 삶에서 하느님의 사람을 낚는 일로 완전히 바뀌어 버립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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