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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께 저의 성질머리도 봉헌합니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9-02 조회수631 추천수4 반대(0) 신고
 
 

주님께 저의 성질머리도 봉헌합니다 - 윤경재

 

예수님께서는 회당을 떠나 시몬의 집으로 가셨다. 그때에 시몬의 장모가 심한 열에 시달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그를 위해 예수님께 청하였다. 예수님께서 그 부인에게 가까이 가시어 열을 꾸짖으시니 열이 가셨다. 그러자 부인은 즉시 일어나 그들의 시중을 들었다. 해질 무렵에 사람들이 갖가지 질병을 앓는 이들을 있는 대로 모두 예수님께 데리고 왔다. 예수님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손을 얹으시어 그들을 고쳐 주셨다. 날이 새자 예수님께서는 밖으로 나가시어 외딴곳으로 가셨다. 군중은 예수님을 찾아다니다가 그분께서 계시는 곳까지 가서, 자기들을 떠나지 말아 주십사고 붙들었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 (루카4,38-44)

 

 

이스라엘 성지 순례를 하였을 때 카파르나움을 방문하였습니다. 거기 회당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베드로의 집터를 살펴보았습니다. 상당히 넓고 방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예수께서 머물었던 방이라 합니다. 그 터 위에 여러 번 성당이 세워졌고 또 허물어졌습니다. 지금도 베드로의 집터 위에 새로 지은 큰 성당이 서 있습니다. 아주 현대식 건물입니다. 예수께서 거처하셨던 장소라 생각하니 저절로 기도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고통에 빠진 사람들과 병자들과 죄인을 구원하시러 몸소 아드님을 이 세상에 보내 주시어 머무신 곳입니다. 역사 속에 실재하셨던 예수님을 만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본문에 시몬의 장모는 ‘열병에 붙잡혔다.’라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감옥에 갇힌 듯이 꼼짝달싹하지 못했다는 정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집안에 손님이 오시면 아무리 힘들어도 나서서 접대를 하는 것이 여인들의 성정입니다. 그런데 그는 열병의 질곡에 붙잡혀 마음만 가득할 뿐 실제로 일어나 몸을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열병을 꾸짖으시고 풀어주게 하셨습니다. 여기서 ‘풀어주다’라는 동사는 주의 기도에서 ‘용서하다’로 쓰인 동사입니다. 그런 것으로 보아 시몬의 장모는 어쩌면 마음의 열병을 앓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매사에 원망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장모는 예수님께 자신이 용서받았다는 확신이 들자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고, 금세 일어나 손님들 시중들게 되었습니다. 이때 시중든다는 동사 디아코네오(diakoneo)의 명사형은 디아코니아로 그리스도교 초기 공동체를 나타내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서로서로 시중드는 공동체라는 말입니다. 즉, 첫 번째 신앙 공동체가 시몬의 병든 장모 참여 덕분으로 생겨난 것입니다.

사람은 무엇인가 꽁한 마음이 들 때 부아가 치밉니다. 부아는 열 받았다는 뜻입니다. 화병이 생겼다는 말입니다. 화병은 불만을 즉시 없앨 수는 없고 속으로 새겨야만 할 때 싹틉니다. 성질 같아서는 확 뒤집어엎어버리고 싶은데 그렇지 못해서 생깁니다.

화병은 특히 한국 여인들에게 많이 생기는 병으로 몇 년 전에는 아예 미국 정신과 교과서에 정식 병명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만큼 한국 여인들이 남편과 시집살이에서 겪었던 수모가 깊었다는 뜻도 됩니다. 그 화병이 유전처럼 대물림하여 내려오고 사회현상이 되었습니다. 화병은 실제로 몸의 질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협심증, 갑상선 항진증, 갱년기 장애, 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아토피 피부질환, 피부 소양증, 암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한국의 교회가 여성으로 가득 찬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런 분들이 온종일 교회에서 살며, 전세 자금 빼어 종교 단체에 바치고, 집 팔아 바쳤어도 여전히 용서받았다는 느낌을 확신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성질머리를 빼어 바치지 못한 이유 때문입니다. 

아무리 헌금을 많이 내고 봉사를 열심히 하고, 기도와 묵상, 성경공부에 매달려도 제 성질머리를 바치지 못하면 사는 것이 괴롭고 힘들 뿐입니다. 그러고서는 아무런 은총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주님이 아닌 병원에다 제 몸을 맡깁니다. 

오늘 시몬의 장모는 예수님의 꾸짖음을 진실히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옭아매던 제 성질머리를 풀어 버리고 용서를 받아들였습니다. 주님의 공동체에 당당한 일원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도 자신이 못된 성질머리에 묶인 병자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 곁에 와 계시는 주님의 꾸짖음을 상처로 받을 것이 아니라 은총으로 받아들여 벌떡 일어서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본디 교회 공동체는 치유 받은 병자와 죄인들이 만드는 공동체입니다. 그러니 그저 서로 시중들 뿐 아무것도 당연한 것으로 내세울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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