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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새로 태어나기 위하여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5 조회수998 추천수14 반대(0) 신고

 

 

 

재의 수요일 - 새로 태어나기 위하여

 

매미의 알에서 나온 유충은 3년에서 어떤 것은 17년이 넘는 세월을 땅 속에서 지냅니다. 그러다가 성충, 즉 매미로 우화한 후에도 1달 이상을 살지 못합니다. 우리나라 매미들은 보통 7년 정도 땅에 있다가 매미가 되어서는 10일 정도 지내다 죽습니다.

따라서 그 오랜 세월을 기다려 드디어 맞게 된 짧은 며칠은 그들의 모든 삶의 에너지가 집결되는 때입니다. 생물들의 가장 중요한 일은 종족보존입니다. 매미는 그 짧은 시기에 짝을 짓고 알을 낳는 것입니다.

 

재의 수요일 미사에선 신부님께서 머리에 재를 얹으시며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라고 합니다.

본래 인간이 흙에서 났지만 흙으로 돌아갈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첫 조상이 죄를 짓고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내리신 벌이 바로 땅으로 돌아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썩는 이유는 바로 그 몸에 죄가 섞여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로 성모님은 원죄가 없으셨기 때문에 땅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이 승천하실 수 있으셨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 물론 예수님의 몸도 성모님으로부터 받은 원죄 없이 깨끗한 육체였지만 인간의 모든 죄를 다 짊어지셨기 때문에 그 죗값을 치러야 했습니다. 그래서 사도신경에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셨으며 저승에 가시어 사흗날에 죽은 이들 가운데서 부활하시고...”라고 합니다.

하늘은 하느님께서 사시는 곳이고 땅은 인간의 죄로 저주받은 곳입니다. 예수님은 죄인으로서 땅에 묻히시는 것뿐만이 아니라 가장 낮은 곳, 즉 저승(지옥)에까지 내려가셨던 것입니다.

 

어렸을 때 나뭇가지로 물장난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뭇가지를 물에 던지면 당연히 물에 뜹니다. 어린 마음에 손으로 그 나뭇가지를 물 더 깊숙이 집어넣으면 나뭇가지는 물 위로 더 높게 치솟습니다. 물 바닥까지 닿았던 나뭇가지는 물 위로 올라가려는 에너지가 극대화됩니다.

예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옥까지 내려가 바닥을 쳤지만 다시 솟아오르려는 에너지가 극대화 된 상태가 성 토요일입니다.

예수님은 “내가 받을 세례가 따로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례란 바로 지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솟아올라 하늘까지 다다르심을 의미합니다. 세례란 옛 자신을 죽이고 새로운 나로 태어남을 의미합니다.

 

사순은 바로 이 신비를 몸소 체험하는 때입니다. 마치 매미의 유충이 매미로 태어나기 위해 땅 속에서 몇 년을 살아야 하는 것처럼, 또 마치 애벌레가 나비가 되기 위해 자신에게서 실을 뽑아 누에고치가 되어 어둠 속에서 죽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 자신도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신을 죽이는 과정을 거쳐야합니다.

 

오늘 복음에선 사순절에 행해야 할 그 유명한 세 가지 권고사항이 나옵니다. 바로 기도, 단식, 자선입니다. 인간이 죽여야 할 것은 세 가지 죄의 뿌리, 즉 교만, 성욕, 돈입니다. 즉, 기도는 겸손의 표지이고 단식은 육체를 이기기 위한 것이며 자선은 돈의 욕심을 이기는 사랑의 행위입니다. 교만한 사람이 기도 할 수 없고 육적인 사람이 단식을 좋아할 이유가 없으며 욕심 많은 사람이 자선을 원하지는 않습니다. 바로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의 나쁜 경향을 죽이기 위해서 조금 더 기도하고, 육체의 욕망을 절제하며 가진 것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것이 땅에 묻히는 구체적인 방법입니다.

이것을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해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행한 것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온전히 죽었을 때에야 새로 태어나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순은 단순히 극기하고 기도하고 자선하는 목적이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의 다시 태어나기 위한 수단입니다. 그렇게 자신을 죽여나감으로써 다시 태어나는, 즉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자신을 죽여 땅에 묻지 않으면 부활이 오더라도 어떤 부활의 기쁨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체험하지 않는 죽음과 부활의 신비는 항상 남의 것으로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사순절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머리에 재만 얹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정말 우리 자신을 땅에 묻어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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