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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24 조회수766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순시기를 시작하며


   “수난 기약 다다르니 주 예수 산에 가시어….”


   머리에 재를 받으며 다시 참회의 사순시기를 시작합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은 올해의 전례력으로 2월 25일입니다. 이날부터 예수 부활 대축일(4월 12일) 전까지 계속되는 사순시기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해골산의 죽음에 이르는 길, 예수님께서 가신 그 고난의 길을 묵상하며 회개의 삶을 다짐합니다.


   사순(四旬)이란 40일이라는 뜻으로, 이 기간에 우리의 신앙생활을 새롭게 하고자 회개하고 보속을 실천하는 가운데 부활 축제를 준비합니다.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이를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합니다. 예컨대, 모세는 십계명을 받기 전 40일 동안 재를 지켰고, 엘리야도 호렙 산에 갈 때 천사가 주는 음식을 먹으며 40일 동안 걸었으며, 예수님도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40일 동안 단식하시며 기도하셨습니다.


   사순 시기는 초대교회에서 유일하게 기념하였던 부활 축제를 준비해야 할 필요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부활 대축일을 중심으로 성삼일이 이루어졌고, 여러 단계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거쳐 7세기에 와서 오늘날처럼 40일 동안 재를 지키는 관습이 정착되었습니다.


   재의 수요일에 머리나 이마에 받는 재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운 것입니다. 이렇게 재를 받는 예식은 참회의 삶을 상징합니다.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도 사순시기 내내 회개와 속죄를 상징하는 자색 제의를 입습니다.


   사순 시기는 한 해의 전례주년에서 가장 거룩하고 은총이 풍부한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회개와 참회의 시기이며 또한 부활을 준비하는 희망의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에 그리스도인들은 주님의 광야생활을 본받아 희생과 극기를 실천하며 금식과 금육을 지킵니다. 금식은 만 18세부터 60세까지 재의 수요일과 주님 수난 성금요일에, 금육은 만 14세부터 죽을 때까지 재의 수요일과 대축일이 아닌 모든 금요일에 지켜야 합니다.


   이렇게 진정한 마음의 회개는 기도뿐만 아니라 금식과 나눔을 촉구합니다. 누구를 위한 금식이며 누구와 함께 나누어야 하겠습니까? 이 세상이 외면한 ‘작은 자’들을 그러안으신 예수님에게서 해답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세상을 죄악으로부터 해방시키시고자 십자가의 길을 택하신 구원자 그리스도께서는 고통 받는 모든 사람의 아픔을 체험하고 계십니다. 그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나누어 먹고 마시는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삶을 이웃과 나누지 않는다면, 이미 고통을 지워버린 십자가를 그저 사치스런 장식물로 여기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입으로만 불러대는 사랑의 노래는 불쌍한 이들의 멍든 가슴에 못질만 더할 따름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가진 자의 건성보다 “과부의 동전 한 닢”을 더 기꺼워하실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나눔은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증거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응분의 보상이나 박수를 기대할 것도, 얼굴을 내밀 일도 아닙니다. 얼굴 없는 겸손한 태도만이 진정한 회개를 위한 나눔에 요구되는 자세입니다.


- 출처: 경향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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