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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3월 2일 사순 제1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2 조회수952 추천수20 반대(0) 신고
     
 

3월 2일 사순 제1주간 월요일 - 마태오 25,31-46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명 설교보다 따뜻한 떡라면 한 그릇이>


   신 새벽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도시에 홀로 내려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그래서 오라는 사람도 없는 낯선 도시에서의 새벽, 참으로 막막합니다.


   여행을 좋아했던 저는 젊은 시절 혼자서 이 도시 저 도시 많이도 쏘아 다녔는데, 새벽녘에 도착하면 숙소를 잡기도 그렇고, 날이 샐 때 까지 그저 서성댑니다. 때로 역 대합실에서 잔뜩 웅크린 채 새우잠을 자기도 많이 했었는데, 당시의 그 스산함, 처량함이 아직도 손에 잡힐 듯 생생합니다. 시간이 그리도 더디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첫차가 출발할 때까지 목이 빠지게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때 저는 조금은 맛보았습니다. 일정한 거처가 없는 분들, 머리 눕힐 곳 없는 분들의 고초를. 어딜 가도 오라는 사람이 없는 분들, 어딜 가도 반기는 사람 없는 분들, 다음 끼니가 보장되지 않는 분들의 서러움과 막막함을.


   그래서 때로 수백 번의 명설교보다도 따뜻한 떡라면 한 그릇이 훨씬 복음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따뜻한 관심 한번, 작은 배려 한번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저는 자주 체험합니다. 때로 단 한 번의 환한 미소가 죽음을 향해가는 한 형제를 살려낼 수 있음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천국행이 확정된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천국행 티켓을 확보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란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 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 주었다.”


   주변은 살펴보면 천사의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얼굴 뵙기만 해도 마음이 안쓰러워지는 말기암환자들, 선뜻 찾아뵙기가 망설여지는 임종 직전의 형제들을 줄기차게 찾아가는 호스피스 봉사자들,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텐데, 얼굴은 언제나 천사 같습니다. 마치도 친부모 간병하듯 지극정성입니다.


   돈 되는 일도 아닌데, 누가 칭찬해주는 일도 아닌데, 주말마다 갇힌 형제들을 찾아가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남들 다가는 꽃구경 한번 안가십니다. 가족들의 싸늘한 시선을 견디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전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사시사철 쓸쓸하고 허전한 영혼들을 어루만져주러 꾸준히 담장 안으로 들어가십니다. 친부모, 친형제보다 더 낫습니다.


   노숙자들을 위해 하루 온종일 지지고 볶는 분들도 계십니다. 자식들한테도 잘 해주지 않는 ‘산해진미’를 산더미처럼 만들어 추위와 배고픔에 떠는 노숙자들에게로 달려가십니다. ‘우리한테 반만이라도 해봐라’는 자식들의 원성이 자자함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묵묵히 그 일을 계속 하십니다.


   제대로 봉사하시는 분들 특징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한번 시작했다하면 여간해서 그만두지 않으십니다. 뿐만 아니라 티끌만큼의 대가도 바라지 않으십니다. 한 가지 더, 나타나셨나 하면 어느새 ‘휘리릭’ 사라지십니다.


   왜 그분들은 저리도 ‘쓸데없는’ 일들을 하고 계실까요?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심장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교회의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변장하고 찾아오시는 또 다른 예수님이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소리 없이 가난한 형제들을 찾아가시는 분들, 언젠가 하느님께서 주실 상급이 클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가난한 형제들을 찾아가지 못하시는 분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지? 우리는 바로 지옥행이네!’ 하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나는 몸이 아파서 가난한 형제들을 찾아가기는커녕 평생 도움만 받고 살았는데, 나는 이제 어떻게 되지?’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 걱정하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이웃들에게 봉사할 기회를 제공해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 평생 십자가를 잘 지고 오셨지 않습니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 반드시 당신 오른편에 ‘좋은 자리’ 하나 마련해주실 것입니다.


   ‘가난한 형제들을 찾아가고픈 마음은 굴뚝같았는데,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아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내 코가 석자라서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하는 분들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비록 뜻한 바를 실행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니고 있는 선한 의지, 좋은 지향들을 눈여겨보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아직도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나는 이렇게 나이가 들어 몸도 성치 않은데, 기도 밖에 할 것이 없는데’ 하시는 분들도 전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매일 와 닿은 고통과 십자가를 잘 견디는 것, 가난한 이웃들을 위해 꾸준히 기도하시는 것, 그것은 봉사 못지않게 중요한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제물입니다.


   오늘 우리의 처지가 어떠하든 상관하지 말길 바랍니다. 어떤 처지에서든 기뻐하고 감사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하느님 나라를 구하길 바랍니다. 천국을 살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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