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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거부당하는 아픔 -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3-05 조회수883 추천수11 반대(0) 신고
 
 

거부당하는 아픔

 

   몇 년 전 아일랜드를 여행한 적이 있다. 


   저 멀리 산 위로는 하얀 뭉게구름이 한가로이 떠있고 진녹색의 호수엔  예쁜 요트가 자양분 풍부한 어머니의 젖빛 색깔 물살을 가르며 내달리고 있었다.

 

   양들은 삼삼오오 풀을 뜯고 드문드문 있는 형형색색의 집들은 가수 남진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라는 노랫말이 떠오르게 한다.


   비온뒤 지렁이 지나간 자리처럼 굽어진 고갯길을 서서히 내려가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저절로‘OH, DANNY BOY,(아일랜드 민요)’가 터져 나와 산골짜기로 메아리 져 갔다.

                  

   이건 완전히 한 폭의 그림이다. 평화, 고요, 행복 그 자체다. 아니, 그림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우린 행복에 겨웠다. 이런 나라에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 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도 이렇게 좋고 아름다운데 하느님 나라는 얼마나 더 좋고 아름다울까!


   오죽하면 예수님께서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마태오13/44)이라고 하시지 않으셨던가!


   그런데 입국을 거부당해 공항 한 구석에 지쳐 피곤한 듯, 쭈그리고 앉아 처량하게 눈물을 훔치던 아랍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자꾸 아른거렸다. 아름다운 나라임을 빤히 알면서도 들어가지 못하다니…


   얼마나 안타까울까? 가족 친지들과 함께할 수 없는 그 괴로움은 또 얼마나 가슴 아플까?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더구나 하느님 나라를 생각하니 천주교에 몸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는지… 그리고 때론 매를 들어서라도 천주교 신앙을 뿌리 깊게 심어 주신 어머님이 얼마나 고마웠는지…‘깨어 있어라!’ (마르코13/37)


   그 말씀은 무슨 뜻일까? 우리가 편한 것을 잠시도 못 봐주시는 주님의 심술이란 말인가?  아니다, 결코 아니다. 모처럼 곤히 자는 아들 안쓰러워 하시면서도 공부하여 좋은 대학가라고 깨워주시는 어머님처럼 그 말씀은,  물론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되 그 아름다움과 행복에 너무 도취되어 "심판대 앞에 나아가는 날이 있음을"(2코린토5/10) 그만, 잊어버리고 살아 태어날 때 그분이 주신 아름다운 영혼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져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세상 창조 때부터 준비한 가장 아름다운 나라"(마태오25/34) 를 차지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을까봐, 그래서 늘 하느님 현존과 그 나라를 기억하고,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마태오7/21) "물과 성령으로 새로 태어난 사람" (요한3/5)으로서 영혼을 아름답게 가꾸며 살아가라는 어머님 같은 예수님의 애절한 '사랑과 눈물의 호소'이시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예수님 사랑 많이 하시고요,

   그분 사랑 많이 받으시는 즐거운 한 주간 되세요." ^^*

 

 †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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