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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이들은 솔직해요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4 조회수524 추천수4 반대(0) 신고

오늘은 제가 아이들의 솔직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서 또 글을 씁니다. 아이들에게서 자주 놀라게 되거든요. 예수님이 유난히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하신 말씀을 아이들을 키우며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들의 순수하고 솔직하며 밝음은 하느님 내려주신 축복입니다. 제가 두 아이의 엄마로 아이를 키우면서 또 성당에서는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하며 아이들이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그 얘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아이들은 현재를 살지 미래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기쁘고 행복한 것을 온 마음으로 누릴 줄 압니다. 아이들에게 내일이라는 시간은 무의미한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나는 행복할거야, 내일이면 잘 살 거야 혹은 내일은 이렇게 살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오늘을 살 뿐입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깨우쳐 아는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성령의 은총 혹은 경험이나 사유로 알아가는 이 진리를 아이들은 이미 자연적으로 알고 지낸다는 사실이 퍽 대조적입니다.

둘째, 아이들은 솔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어른과 아이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이들은 기쁠 때 온 세상이 제 것인 양 기뻐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조차도 숨기려 들지 않습니다. 누군가로부터 자신에게 기분이 좋지 않은 말을 듣거나 행동을 보면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합니다. 어른들은 기쁠 때도 잘 표현하지 않을뿐더러 기분이 나쁘거나 마음이 상해도 그것을 표현하지 않고 나는 거룩한 사람이라고 하면서 안간힘을 씁니다. 결국엔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과 등을 돌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표현하지 못하니 기쁨도 제대로 누릴 수 없으며 표현하지 않으니 작은 슬픔도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주일학교 선생님으로 봉사하면서 누누이 느끼는 것은 아이들은 스펀지와 같아서 제가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하느님에 관한 이야기, 성서 이야기, 교리 이야기 등도 제가 말하는 대로 믿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 가르칠 수록 치우치거나 왜곡된 것이 아닌 제대로 된 하느님과 교리를 가르쳐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됩니다.

지난주 주일학교에서 한 아이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하느님에 관해 아주 깊이 생각을 해보면 하느님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때는 믿을 수가 없다고 했어요. 그 얘기를 듣고 당황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스스로 그런 의문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아이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의 몸은 눈에 보이나 사람의 정신과 영혼은 볼 수 없지. 그렇지만 네 몸이 너인 것처럼 네 정신과 영혼도 분명히 너인 것이 맞지 않니? 하느님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성령을 통해 너에게 끊임없이 네가 선하고 착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시는 분이란다. 그래서 하느님은 항상 너와 함께 계시다고 얘기를 하긴 했으나 정확한 답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제가 더 열심히 공부하고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며 하느님과 함께 살아야겠다거 생각했습니다.

셋째, 아이들을 사랑해 주면 그 사랑을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또 사랑할 줄 알게 됩니다.
사랑을 주면 아이들은 그 사랑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사랑을 받으면 또 그 사랑을 표현합니다. 제가 사랑을 많이 표현하고 말과 행동에 사랑을 담아서 이야기하면 그 아이들도 똑같이 저에게 사랑을 담아 표현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사실 주일학교에서 교리를 가르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으뜸이 되어야하는 것은 사랑입니다. 아이들이 성당에 가서 신부님과 수녀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어른들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자란다면 곧 다가올 질풍노도의 시기에 설령 하느님을 멀리했다 할지라고 결국엔 돌아올 것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은 현재 이 순간에 솔직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받아 그 사랑을 누리며 살 줄 안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 순수한 마음에 하느님이라는 큰 사랑을 심어 주는 것이 제가 해야 하는 일 인 듯합니다. 나머지는 주님께서 맡아 하시리라 믿습니다.

큰 아이가 며칠 아픈 중에 열이 나면 하루 종일 누워서 힘을 못 쓰다가도 열만 떨어지면 또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두 눈을 반짝이며 생생해지는 모습을 보며 어른처럼 조금만 아파도 매우 아픈척하거나 아니면 몹시 아픈데도 아프지 않은 척하는 경우를 봅니다. 사실 제가 그럽니다. 가끔은 꾀병을 부리고 어떤 때는 아프지 않은 척하지요.

저도 아이들처럼 되고 싶습니다. 비록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니더라도 주님 앞에서만은 솔직해지기를 빌어 봅니다. 내가 아플 때 아프다고 얘기하고 내가 캄캄할 정도로 절망스러울 때 주님 당신께 거짓 없이 이야기할 용기를 청합니다. 그리고 주님 주시는 크나큰사랑에 한없이 기뻐하며 받은 사랑을 주님과 이웃에게 돌려주기를 청합니다.

제가 정말 주저리주저리 글 쓰는데 재미 들였나 봅니다. 시간만 나면 글을 쓰고 싶어지는 걸 보면요. 아무튼 오늘도 저의 이야기를 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주님 안에 계속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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