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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4주 수요일-사랑하니까
작성자한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4 조회수605 추천수3 반대(0) 신고
 
 
제가 처음 수도원에 들어왔을 때 호랑이 수사님이 계셨습니다.
수도원 살림을 사셨는데 대부분의 형제들은
그 수사님이 너무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를 못했습니다.
저만 가까이 갈 수 있었는데
그래서 수사님은 시장을 가실 때도 저를 데리고 가셨고
탁구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할 때도 저와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수사님 가까이 갈 수 있었던 것은
수사님께서 저를 야단치지 않으셨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도 수사님께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특히 담배 때문에 야단을 맞았습니다.
처음 수도원에 들어가니 선교사 선배들은 담배를 권하고
예의 때문에 어른들 앞에서 담배를 피지 않으려 하니까
어른들 앞에서 담배를 주고 피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른 앞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그때 수사님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담배를 핀다고 꾸짖으셨습니다.
누구는 담배를 피라고 주고
누구는 담배를 핀다고 뭐라 하고
헛갈렸지만 아무튼 야단치는 수사님을
저는 고깝게 생각지도, 두려워하지도, 피하지도 않았습니다.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윈 저는 아버지가 그리웠습니다.
동무 집에 갔을 때 동무가 ‘아버지!’하고 부르고
아버지하고 의논을 하는 것을 보면 부러웠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니 저를 꾸짖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 스스로 아비 없는 후레자식 소리 듣지 않게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니 제 아버지뻘인 그 수사님께서 저에게 야단을 치실 때
저는 아버지의 사랑을 느꼈던 것입니다.
아버지!

이후 제가 양성을 맡았을 때 저는 매우 엄한 아버지와 같았습니다.
제가 그때 형제들에게 한 것은 지금도 전설처럼 얘기되곤 하는데
그로 인해 상처 받은 형제들도 많이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도 저는 그때 형제들을 진짜 사랑했습니다.
진짜 사랑했기에 그렇게 심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하지 않으면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무엇 하려 합니까?
그저 듣기 좋은 말만 하거나
잘되거나 잘못 되거나 무관심해버리면 그만 아닙니까?
사랑만큼 줄다리기를 할 힘이 있고
사랑만큼 미움을 견딜 힘이 있기에
남을 아프게 하고 힘들게 하는 그 힘든 것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히브리서는 얘기합니다.
“‘내 아들아, 주님의 훈육을 하찮게 여기지 말고,
그분께 책망을 받아도 낙심하지 마라.
주님께서는 사랑하시는 이를 훈육하시고,
아들로 인정하시는 모든 이를 채찍질하신다.’
여러분의 시련을 훈육으로 여겨 견디어 내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을 자녀로 대하십니다.”
그리고 이어서
“아버지에게서 훈육을 받지 않는 아들이 어디 있습니까?”
이 말을 뒤집으면
“아들을 훈육하지 않는 아비가 어디 있습니까?”가 되겠습니다.

그러므로 자식을 사랑하는 아비는 훈육을 할 것이고
아비의 사랑을 믿는 아들은 그 훈육을 받을 때
하찮게 여기지 않을 것이고
낙심하지 않을 것이고
사랑으로 여기며 기꺼이 받을 것입니다.
 
             -김찬선 레오나르도 형제 (작은 형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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