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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새벽을 열며 / 빠다킹신부님의 묵상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02 조회수865 추천수3 반대(0) 신고

                          

                          2005년 7월 2일 연중 제13주간 토요일

 

                                      

 

 

제1독서 창세기 27,1-5.15-29

 

이사악은 늙어 눈이 어두워졌다. 어느 날 그는 큰아들 에사오를 불렀다. “얘야!” “예,

 

어서 말씀하십시오.”

 

“너도 보다시피 내가 늙어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러니 너는 사냥할 때 쓰는 화살 통

 

과 활을 메고 들에 나가 사냥을 해다가 내가 좋아하는 별미를 만들어 오너라. 내가

 

그것을 먹고 죽기 전에 정성을 쏟아 너에게 복을 빌어 주리라.” 리브가는 이사악이

 

아들 에사오에게 하는 이 말을 엿듣고는 에사오가 사냥하러 들에 나간 틈을 타서 집

 

에 보관해 두었던 큰아들 에사오의 옷 가운데서 가장 좋은 것을 꺼내어 작은아들 야

 

곱에게 입히고 염소 새끼 가죽을 매끈한 손과 목에 감아 준 다음, 장만해 놓은 별미

 

와 구운 빵을 아들 야곱의 손에 들려 주었다.

 

야곱은 아버지한테 들어가 “아버지!” 하고 불렀다. 아버지 이사악이 “오냐, 네가 누

 

구냐?” 하고 묻자 야곱이 대답하였다. “저는 아버님의 맏아들 에사오입니다. 아버님

 

분부대로 요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어서 일어나 앉으셔서 제가 사냥해다가 만든 요

 

리를 잡수시고 복을 빌어 주십시오.”

 

이사악이 아들에게 물었다. “에사오야! 무슨 수로 이렇게 빨리 잡아 왔느냐?” “아버

 

님의 주 하느님께서 짐승을 금방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이 말을 듣고 이사악은 “네

 

가 정말 내 아들 에사오인지 만져 보아야겠다.” 하면서 가까이 오라고 하였다. 가까

 

이 온 야곱을 만져 보고 이사악은 중얼거렸다. “말소리는 야곱의 소린데 손은 에사

 

오의 손이라!”

 

그는 야곱의 손에 형 에사오의 손처럼 털이 많았으므로 야곱인 줄 모르고 그에게 복

 

을 빌어 주기로 하였다. 이사악은 “네가 틀림없는 내 아들 에사오냐?” 하고 다짐하

 

였다.

 

야곱이 “예, 그렇습니다.” 하고 대답하자 이사악은 “에사오야! 사냥한 것을 이리 가

 

져오너라. 내가 먹고 정성을 쏟아 너에게 복을 빌어 주리라.” 하였다. 야곱이 가져다

 

바치는 요리와 술을 먹고 마신 뒤 아버지 이사악은 야곱에게 “에사오야, 이리 가까

 

이 와서 나에게 입을 맞추어 다오.” 하였다.

 

그가 가까이 가서 입을 맞추자 이사악은 야곱이 입은 옷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고 복

 

을 빌어 주었다. “아! 내 아들에게서 풍기는 냄새, 주님께 복을 받은 들 향기로구나.

 

하느님께서 하늘에서 내리신 이슬로 땅이 기름져, 오곡이 풍성하고 술이 넘쳐나라.

 

뭇 백성은 너를 섬기고, 뭇 족속들은 네 앞에 엎드리리라. 너는 네 겨레의 영도자가

 

되어, 네 동기들이 네 앞에 엎드리리라.

 

너를 저주하는 자는 저주를 받고, 너에게 복을 빌어 주는 사람은 복을 받으리라.”주

 

님의 말씀입니다.

 

복음 마태오 9,14-17

 

그때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우리와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자주 단식하는

 

데 선생님의 제자들은 왜 단식하지 않습니까?” 하고 묻자 예수께서 이렇게 대답하셨

 

다.

 

“잔치에 온 신랑의 친구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야 어떻게 슬퍼할 수 있겠느

 

냐? 그러나 곧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터인데 그때에 가서는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

 

낡은 옷에다 새 천 조각을 대고 깁는 사람은 없다. 그렇게 하면 낡은 옷이 새 천 조각

 

에 켕기어 더 찢어지게 된다.

 

또 낡은 가죽 부대에 새 포도주를 담는 사람도 없다. 그렇게 하면 부대가 터져서 포

 

도주는 쏟아지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둘 다 보존된

 

다.”주님의 말씀입니다.




이제 일주일간의 피정을 마치고 다시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피정 기

 

간 동안 계속 비가 내려서 순례객도 별로 없었고, 또 특별한 일도 발생하지 않았더군

 

요. 비로 인해서 곳곳에 흙이 쓸려 내려간 것을 빼고는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그동

 

안 없어서 그런지 키우고 있는 강아지들이 힘이 없어 보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활달

 

하던 강아지들이 저를 보고도 반가워하지도 않고 그냥 자기 집에 있는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니까 강아지도 우울증이 있다는 말이 사실인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힘이 없어 보이는 이 강아지들을 데리고 성지를 함께 둘러보았습니다. 풀어

 

주니 확실히 다시 예전의 명랑함으로 돌아가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글

 

쎄……. 아무데나 일을 보는 것입니다. 길에다가 또 잔디밭에다가 일을 보느라 저는

 

그것을 치우는데 또 정신없이 돌아다녀야만 했습니다. 사실 조금 짜증은 나더군요.

 

제가 굳이 치우지 않아도 되는 장소인 풀밭 같은 곳에다가 응아를 하면 얼마나 편하

 

겠습니까? 하지만 ‘동물이니까’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치워주었지요.

만약 제가 아무데나 응아를 봤다고 마구 혼내면 어떨까요? 훈련을 시키면 가능 하다

 

고도 하지만, 굳이 이 강아지들을 훈련시키면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는 않더군요.

 

더군다나 하루에 3-4차례 정도만 풀어서 산책을 시키니까요. 그런데 문득 엉뚱한 상

 

상을 해봅니다.

이 강아지들이 ‘주인에게 이렇게 고생시키면 안돼. 이제 오늘부터 화장실에서 일을

 

보자.’라면서 화장실 변기에 올라가서 응아를 본 뒤에 물까지 내리는 영리함을 보인

 

다면 어떨까요? 더군다나 사람처럼 뒤처리를 위해 화장지까지 쓴다면? 제가 키우는

 

강아지들이 그렇게 한다면 더 이상 키우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은 강아지의 본 모습이 아니니까요.

본모습을 보여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것은 사람도 마찬가지이지요. 갓 태어난

 

아기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 이것이 문제일까요? 아니지요. 오히려 가리는

 

것이 더 큰 문제지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일을 보는 것이 아기들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입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모습을 따르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우리들은 특별한 모습을 따

 

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때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특별한

 

모습, 즉 남보다 더 위에 올라가는 모습을 지향하지요. 그러다보니 이 세상에서 모든

 

이가 나의 경쟁자로 보이면서 힘들게 사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 복음에는 단식의 선수인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은 회개와 속

 

죄의 표시인 단식을 최소한 일주일에 두 차례 이상은 했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남들

 

이 열심한 자신들을 특별한 사람으로 봐주기를 원했습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서 존경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만은 그들을 좋게 보지 않

 

았습니다. 오히려 그들을 위선자라고 하면서 꾸짖지요. 왜 그러셨을까요? 바로 자신

 

의 본래 모습은 감추고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을 중요시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떠한 지 반성했으면 합니다. 우리가 행하는 단식과 이웃을 위한 희생,

 

그리고 나눔은 형식적이고 가식적이지 않습니까?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기 위해서

 

진정으로 내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하고 있는 것입니까?

만일 우리가 행하는 단식과 희생과 나눔이 형식적이고 가식적이라면 우리의 마음은

 

이미 낡아버린 가죽 부대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낡아빠진 가죽 부대에 새롭

 

게 오시는 예수님을 모실 수 없습니다. 새 가죽 부대를 장만해서 매 순간 주님을 따

 

르는 것이 우리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때, 진정으로 주님의 사랑을 받는 제

 

자가 될 것입니다.

 

 

                                잘못했다고 혼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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