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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수님은 OK, 그러나 교회는 No!
작성자양승국 쪽지 캡슐 작성일2005-07-01 조회수1,263 추천수16 반대(0) 신고
7월 2일 토요일 연중 제13주간 토요일-마태오 복음 9장 14-17절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둘 다 보존된다.”



<예수님은 OK, 그러나 교회는 No!>


유럽이나 북미대륙 가톨릭교회에서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예수님은 OK, 그러나 교회는 No!'라고 외치며 교회를 떠났습니다. 성소자는 눈을 씻고 봐도 없습니다.


한 수녀원에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지원자가 한 명 들어왔는데, 너무 오랜만에 지원자가 입회했기에 어떻게 양성시켜야하는지 잊어버려서 다들 난감해 했답니다.


반면에 노령기에 접어든 사제, 수도자들은 여러 정황을 고려했을 때 이제 그만 은퇴하셔야 하는데, 교회를 비워두고 떠날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노구를 이끌고 힘겹게 사목하고 계십니다.


어떤 수도회 한 관구에서는 회원들의 사망, 은퇴 등으로 이 곳 저 곳 사업이나 공동체를 정리하고, 통합하고 폐쇄해야 할 일이 너무도 잦았습니다. 그래서 관구장 신부님은 수도원 문 닫는(폐쇄하는) 담당자도 임명하셨답니다.


교회 역사를 돌아보면 좋은 의도를 지닌 많은 공동체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습니다. 아직도 그 명맥을 유지해오는 공동체들이 있는가 하면,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춘 공동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그 과정을 제 나름대로 연구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역사 뒤로 소멸되어간 공동체들이 밟은 절차는 대체로 비슷했습니다. 처음 출발은 다들 좋았습니다. 내세웠던 기치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뭐든 다 할 것 같았습니다. 이것저것에 손도 많이 댔습니다. 동참하고 싶은 사람들도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문어발식으로 사업이 확장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한 세대가 지나가고, 세월이 바뀌고, 세상의 주역들도 바뀌어 갔습니다. 삶의 스타일도 바뀌어갔습니다. 세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교회가 바뀐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 언제나 새로움이신 예수님을 재해석하고 재발견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했을텐데... 그 예수님을 공동체 변방으로 밀쳐둔 채 그저 잘 나가던 지난 시절의 추억만을 먹고 살려다보니 스스로의 정화능력을 상실하게 된 것입니다.


시대에 맞게 예수님을 공동체 안에서 되살려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정형화된 메시아가 아니라고 저는 믿습니다.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그 시대에 맞는 새로운 예수님의 모습을 찾아나서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시대에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사셨을까?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예수님이라면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떤 일을 하셨을까? 예수님이라면 지금 내 처지에서 어떻게 행동하셨을까? 이런 질문을 수시로 던질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새롭게 되살려내지 못한 공동체는 속빈 강정과도 같습니다. 보란 듯이 떠들고 다니지만 교회를 위해 별 의미도 없습니다. 다들 자신들이 최고이며 잘하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형편없습니다. 이런 공동체 구성원들의 특징은 죽어도 공부안하는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도 책 한권 읽지 않습니다. 비판세력, 약자, 소외계층의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합니다.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과의 연대할 의욕도 힘도 없습니다. 구성원들은 서로 자기 몫만 챙기느라 바쁩니다. 자기네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세상을 위해 기여하는 바도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소리 없이 사라져간 공동체를 바라보며 생각해봅니다.


그 어떤 교회 공동체이든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서는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이라는 ‘영원한 식별의 기준’에 따라 수시로 스스로의 삶을 진단, 평가, 반성하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복음에로의 부단한 회귀, 고통스럽지만 철저한 자기반성과 쇄신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공동체의 앞날은 불투명합니다.


새 포도주이신 예수님께서 다시 한 번 오늘 우리 교회 공동체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 잡길 기원합니다.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바가 과연 무엇인지 늘 고민하는 교회 구성원들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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