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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두려움을 넘어서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30 조회수645 추천수11 반대(0) 신고

 

 

 

연중 3주간 토요일 - 두려움을 넘어서

 

제가 어렸을 때 개울에서 놀다가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수영을 못해서 친구 등에 엎여 있었는데 왠지 수영이 될 것 같아서 그냥 수영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자꾸 몸이 물 밑으로 가라앉았습니다.

물 밑으로 내려가니 발이 땅에 닿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고 올라오면 간신히 물과 공기를 동시에 들이마실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장난치는 줄 알고 저를 구하러 오지 않았습니다. 물은 계속 입으로 들어오고 이러다 죽는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 온 삶이 필름처럼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정말 한 순간에 모든 살아온 인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특별히 후회스러운 일들이 다 기억났습니다.

친구가 저를 구해주기는 했지만 그 때부터 저는 물을 무서워하게 되었습니다. 물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광고에서 아기들이 물속에서 눈을 뜨고 헤엄쳐 다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냥 놓아두면 그 아이들은 익사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두려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직 물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9개월 넘게 엄마 배의 양수에서 살았으니 오히려 물이 더 편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들도 조금만 크면 그 물이 자신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성경에서 인간이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낀 것이 언제일까요? 바로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고 죄를 지은 이후였습니다. 하느님이 그들을 부르시자 그들은 두려워하며 숨게 되었습니다.

죄는 하느님과의 단절을 의미합니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에 손을 댈 때 하느님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것 자체가 죄의 시작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왜 하느님의 시선을 무시하고 죄를 짓게 되었을까요? 바로 눈이 밝아져 하느님과 같이 된다는 뱀의 유혹 때문이었습니다. 교만은 자신만 생각하게 만들고 하느님을 잊게 합니다.

 

오늘 제자들도 심한 풍랑이 몰아치자 막 가라앉을 것 같은 배 위에서 심하게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의 후손인지라 아직도 주님이 함께 계심을 깨닫지 못하고 찾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이신 예수님은 그들이 찾아주고 불러주기 전까지는 그저 잠자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들이 잊어버렸으니 그들이 다시 기억해내야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죽음의 순간이 오자 그들은 교만을 버립니다. 평생 어부생활을 해 왔던 그들이지만 죽음의 공포가 눈앞에까지 와서야 자존심을 버리고 결국 하느님을 찾게 됩니다. 예수님은 한 마디로 호수를 평온하게 하시고 그들의 약한 믿음을 꾸짖으십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예수님은 그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십니다. 바로 ‘믿음’입니다.

그러나 그 믿음은 자신을 버리는 겸손이 바탕이 되어야합니다. 교만으로 죄를 짓고 두려움이 온 것처럼 그 반대로 겸손으로 다시 그분이 함께 계신다는 믿음을 지니면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엔 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였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강론이나 강의를 할 때 저는 주님께서 함께 해 달라고 기도하고 제 영광이 아닌 주님의 영광을 위해서 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내 자신을 위해 하지 않으니 떨리거나 두렵지 않은 것입니다. 내 자신의 영광을 위해 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긴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너희는 나를 떠나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요한 15,5)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과 머무는 것이 기도입니다. 겸손과 믿음의 증표는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는 주무시고 계신 그분을 깨워 대화하고 도움을 청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면 어떤 두려움도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도가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워지면 살아가면서 단 한 순간도 그분의 존재를 잊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기들이 물에 빠져죽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예 겁이 없기 때문입니다. 항상 부모가 함께 있어주며 보호해 줍니다. 그러나 조금 컸다고 혼자 물장난을 하다가 익사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주님께서 항상 함께 계시다는 그 믿음, 그래서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으면 정말 두려워 할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부모가 무슨 일을 저지를 줄 모르는 아기를 항상 주위에서 돌보는 것처럼 주님께서 항상 옆에서 보호해 주시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처럼 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경지가 아닐까요?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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