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종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30 조회수465 추천수7 반대(0) 신고

어제 구역 모임을 잘 마치고 설거지도 쌓아둔 채 그냥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 몸이 피곤하여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를 도저히 할 엄두가 안나서 그냥 못 본 척, 보아도 마치 없는 듯 완전 무시하며 부엌을 피해 방으로 들어가 버렸지요.

사람들을 만나서 사랑을 나누는 일이 저는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한 일입니다. 일일이 ‘사랑해요, 제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하는지 아세요’하고 말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 준비며 가벼운 대화 그리고 따뜻한 분위기로 서로에게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함께 소공동체 모임의 지침에 따라 주일 성서 말씀을 읽고 서로 묵상을 나누었습니다.

저희 구역원들은 대부분 아이들이 장성하여 대학생이거나 혹은 결혼한 자녀도 있고 그렇습니다. 최근에 이사 온 부부가 있어 꼬맹이 아이가 하나 늘었습니다.

제가 새로 온 가족을 좋아하고 반기듯 저희 작은애도 저와 같은 마음인가 봅니다. 같은 학년이고 이사온 여자아이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어제 학교에서 애들을 픽업해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저녁에 우리 집에서 구역 모임을 할 것이라 부산스럽게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작은 아이가 슬며시 자기 방으로 가더니 청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한테는 한마디 말도 없이요. 보통 자기방 청소하면 마치 엄청나게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저에게 당당하게 용돈을 요구하지요. 비록 25센트인 적은 돈이지만요.

어제는 말도 없이 조용히 자기 방을 청소하고 으스대지도 않는 작은 아이를 보며 ‘너도 나처럼 친구가 생겨 좋은 게로구나’하고 살며시 입가에 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적은 식구로 지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집에 오면 좋습니다. 저보다 인생을 조금 더 많이 사신 분들의 신앙안의 삶 이야기를 들으면 또 열심히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어제도 많은 좋은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중에 마음에 너무 크게 와 닿는 이야기가 있어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어떤 자매님의 이야기입니다.

구역 모임을 위해 며칠 동안 이번 주 주일 복음을 여러 번 읽는 중에 ‘복종’이란 단어에서 마음이 계속 머물렀다고 하였습니다. 복종…주일 복음에서는 나쁜 영이 주님께 복종하는 내용입니다. 그분이 이렇게 말씀 하셨어요. 사람이 좋은 일을 겪을 때는 하느님께 감사히 쉽게 받아들이는데 나에게 힘들고 어려울 때도 이렇게 주님께 진정으로 복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말씀을 아주 신중하게 마음을 실어 얘기하셨습니다.

그 자매님은 개인적인 아픔이 있습니다. 첫째 아이를 아마 저희 큰 아이의 나이쯤에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교통사고로 그랬다는 얘기는 다른 이들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큰 눈을 가진 아름다운 그 분은 유난히 눈물이 많으십니다. 다른 집에 연도를 갈 때도 진심으로 가족의 마음이 되어 눈물을 흘리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또 다른 이들도 마음이 아려서 슬퍼집니다.

하지만 하느님 안에 정말 열심히 사시는 분입니다. 천사가 따로 없고 아마 성인이 따로 없을 것입니다. 항상 다른 이를 먼저 생각하고 자신이 베푼 선행에 대해서는 보상 받을 일은 꿈에도 생각지 않습니다. 그분 옆에 있으면 덩달아 저도 마음이 넓어집니다.

아무튼 말씀을 나누고 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재미난 일상을 나누며 구역 모임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고 사랑하는지 모임을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내 것을 움켜쥐며 살지 않고 조금만 내어 주면 더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쩨쩨하게 아끼지 않습니다. 음식 한 가지를 준비할 때도 내어주는 마음으로 해서 제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또 제자랑이지요?...ㅎㅎ...

어제는 회덮밥을 했는데 모두 감동했어요. ‘깍두기 썰다가 회를 썰었냐? 이렇게 회가 풍성하고 맛있는 회덮밥은 생전 처음이다.’ 어찌나 칭찬을 해주시는지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오고 가는 사랑입니다. 주면 반드시 돌아오는 사랑입니다. 미움을 주면 미움이 돌아오고 사랑을 주면 사랑이 돌아옵니다.

이런 불변의 진리를 아는 우리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제가 정말 점점 수다스러워집니다. 그래서 이 묵상방을 도배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벽지로 도배하니 너무 미워는 하지 말아 주세요…ㅎㅎ…

오늘도 주님 안에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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