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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뢰와 인내" - 1.30,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30 조회수535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1.30 연중 제3주간 금요일
                                                
히브10,32-39 마르4,26-34

                                                          
 
 
 
 
"신뢰와 인내"
 


오늘 복음을 묵상하며
오늘 날의
교육이, 정치가, 경제가 얼마나 잘 못 되었는지 깨닫게 됩니다.
 
저절로 자라는 씨앗처럼
자연스럽게 저절로 잘 되도록 놔둬야 하는 데
자꾸 손대어 인간을, 자연을 망가뜨리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오래 참는 사랑이요,
모든 것을 덮어주고
모든 것을 믿고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어 내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한없이 참고 기다리는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은 절대 서두르시지 않습니다.
속도전이나 속전속결의 말마디 전혀 하느님께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결코 일확천금의 사기꾼 심보를 지닌 하느님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우공이산, 대기만성, 우보천리 등의 말마디가
하느님의 모습에 어울립니다.
 
결과의 효율이 아닌 과정의 충실을 보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이런 면에서 하느님은 농부를 닮았습니다.
때를 기다려 때에 맞춰야 하는 농사지 빨리빨리 농사가 절대 아닙니다.
 
급한 성격의 우리에게 하느님을 맞출 것이 아니라
서두르지 않는 하느님의 보조에 우리를 맞춰
순리대로 사는 것이 지혜요 삶의 기초를 확고히 다지는 일입니다.

오늘날의 신자본주의가 파국을 맞이한 것도
우리를 하느님의 보조에 맞추지 않고
인간의 탐욕에 맞춘 결과의 자업자득입니다.
 
얼마나 허약한 신자본주의의 기반 위에 있는
교육이요, 정치요, 경제요, 문화인지요.
 
말 그대로 총체적 위기의 시대입니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새삼 생각납니다.
땅에서 농사를 기반으로 한 문명이 진정 건강한 문명임을 깨닫습니다.
 
대지에서 온몸으로 일하는 인간들이어야 하는데
컴퓨터 앞에서 온종일 일하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습니다.

오늘 복음의 하느님 나라의 두 비유인,
저절로 자라는 씨앗의 비유와 겨자씨의 비유는
그대로 하느님께서 일하시는 방법을 보여 주십니다.
 
소리 없이 침묵 중에 서두르지 않고 순리에 따라 일하시는
평범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 놓으면,
  밤에 자고 낮에 일어나고 하는 사이에 씨는 싹이 터서 자라는데,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하는데, - ”

여기서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만 지켜보고 바라보며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사람 키우는 교육의 이치도 이와 똑같습니다.
영리만 목적으로 하기에
진득하게 기다리지 못하고 자꾸 손대어
망가뜨리는 사람들이요 자연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
  땅에 뿌릴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도 작다.
  그러나 땅에 뿌려지면 자라나서 어떤 풀보다도 커지고
  큰 가지들을 뻗어,  
  하늘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인내하며 기다리고 배려해야
제대로 성장하여 큰 나무 같은 사람들이 됩니다.
 
이게 농작물은 물론 사람 키우는 교육의 이치이자 삶의 지혜입니다.
 
농사든 교육이든 무분별하게, 성급히 개입할 것이 아니라,
점진적인 성장과정 중 적절하다 싶을 때 개입하여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네 길을 주님께 맡기고 주님을 신뢰하여라.”(시편37,5).

오늘 미사 중 화답송 시편처럼,
우리 앞 길 주님께 맡기고 주님을 신뢰할 때
비로소 인내하며 기다리는 유장(悠長)한 믿음의 삶입니다.
 
히브리서 말씀대로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이루어 약속된 것을 얻으려면 인내가 필요합니다.
 
의인은 인내의 믿음으로 삽니다.

끝까지 참아 견디어 내는 자가 구원의 승리입니다.
 
주님은 뒤로 물러나 주저앉은 자들을 기꺼워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뒤로 물러나 멸망할 사람이 아니라,
참고 믿어서 생명을 얻을 사람들입니다.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신뢰와 인내의 은총을 내려주시어
하느님의 순리 따라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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