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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 - 송봉모 토마스 S.J.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30 조회수785 추천수8 반대(0) 신고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


   우리는 법이라고 하면 갑갑하고 부담스럽고 버겁게 생각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반대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우리는 "무엇을 하지 말라. 무엇을 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면 조건반사적으로 거부 반응을 보이거나 겁을 먹고 움츠린다. 하지만 법에는 본질적으로 하느님의 마음이 담겨져 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고 싶어 하는 것.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담겨져 있다. 아빠, 아버지이시고 착한 목자이신 하느님께서는 법을 통해서 우리를 평화의 길로 인도하고자 하신다. 그러니 하느님의 법은 인간이 선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길이다.


   마치 부모가 자녀에게 "얘야, 그렇게 하지 말고 이렇게 해야지." 하는 것은 명령이나 자녀를 구속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녀의 선과 행복을 위한 것이듯이 말이다. 법이나 계명과 관계해서 주의해야 할 잘못된 영성이 있으니, 그것은 율법 주의적 영성이다.


   율법 주의적 영성이란 법의 정신적 차원인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고, 법 준수만을 강조하는 영성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법과 계명을 충실히 지키면

영성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랑과 자비가 빠진 법과 계명만을 지켜 나가는 삶이라면 그 삶은 비영성적인 삶이다.


   율법 주의적 영성을 살았던 대표적인 사람들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다. 이들은 하느님 법을 문자적으로는 잘 지켰지만 사랑과 자비라는 법의 정신적 차원은 살지 못한 이들이다. 이들은 하느님의 법을 613개의 규율로 만들고 (248개의 명령과 365개의 금지사항) 여기에 1,521개의 내부 세칙들을 제정하였다.


   예를 들어 "안식일을 거룩히 지켜라."란 계명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들이 안식일 계명을 깰 수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것에 대한 금지 규정을 만든 것이다.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짐을 나르거나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규율에 대해서 온갖 내부세칙을 정하였으니, 예를 들면 안식일에는 무화과 열매 하나나 그보다 무거운 것을 날라서는 안 된다.


   안식일에 무화과 반쪽을 먹는 것은 허용되지만 만약 그 반쪽을 바닥에 놓았다가 다시 들어 올린다면 그것은 안식일에 짐을 나르는 것이 된다. 누군가가 과일 하나를 들고 있던 중 안식일이 시작되면 그 사람은 과일을 즉시 손에서 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안식일에 짐을 든 것이 된다.


   안식일에 어린이를 안아 올릴 수는 있지만 그 아이가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아야 한다. 안식일에 틀니를 끼어서는 안 된다. 틀니를 끼게 되면 어쩌다 틀니가 빠질 수 있는데 이때 자기도 모르게 떨어진 틀니를 집음으로써

안식일에 일을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안식일에 정원을 거닐어서도 안 된다. 정원을 거닐다 벌레 먹은 이파리를 보게 되면 자기도 모르게 그 이파리를 딸 것이요, 그로써 안식일에 일을 하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안식일에 거울을 볼 수 없다. 거울을 보다가 흰머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 자기도 모르게 그 머리카락을 뽑게 되고, 그로써 안식일에 일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지키다 보니 바리사이들은 자기들은 물론 다른 사람들까지도 비영성적인 삶을 살게 만들었다. 본시 안식일은 쉼과 친교(하느님과 우리 사이의)를 누리기 위한 은혜의 날이었는데, 그렇게 되니 은혜의 날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라."는 짐스런 날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바리사이들 중에는 "피 흘리는 바리사이들"로 알려진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간음하지 말라."는 계명을 지키기 위하여 지나가는 여성들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는데 그러다 보니 앞에서 걸어오던 사람들과도 부딪치고, 벽에도 부딪치고 온갖 데다 부딪쳐 자주 피를 흘리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율법주의자들은 "주님의 법을 낙으로 삼아 밤낮으로 그 법을 되새기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도 속이고 타인도 속이는 불쌍한 이들이다. 그들은 남들의 눈에 신앙심 깊은 종교인으로 인식되고,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들은 복음의 핵심적 진리가 무엇인지도, 구원이란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선물이요, 하느님의 법은 사랑과 자비를 그 본질로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다.

 < 신앙으로 살아가는 인간中에서>

        

 
                              ♠ 예수회 송봉모 토마스 S.J. 신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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