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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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봉헌의 삶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2 조회수599 추천수6 반대(0) 신고
저희 본당은 주일학교 학생수가 50여명 됩니다. 주일 미사에 참석하는 신자수가 어린이 다 합하여 120명 남짓입니다. 규모가 작은 공동체 이지요?
 
주변에 대학교가 있어 청년부가 활성화 되어 있으면 주일학교 교사 구하기가 그리 어렵진 않을텐데 그런 형편도 못 되어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는 주로 어머니들이 맡아서 하고 중, 고등부 주일 학교 선생님을 구하기 위해 교구청 등 백방으로 알아보아 다행히 미국 수녀님 두분께서 주일마다 교리 교육을 위해 저희 본당에 오십니다.
 
중, 고등부 학생들은 특히나 중요한 시기입니다. 미국에서 자라고 있으나 한국인이고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는 나이입니다. 교리를 한국말로 해서는 사실 잘 전달하기도 힘이 듭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신앙안에서 올바로 성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연로하신 두 수녀님이시지만 열과 성을 다해 아이들을 가르쳐 주고 계시기에 저희는 복 받은 성당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에게 활동적으로 놀거나 진솔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나지만 그것은 또 다른 젊은 어른들이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기에 그저 교리 시간에 수녀님 두분이 평생동안 주님을 바라며 주님안에 살아오신 그분들의 삶과 올바른 교리를 받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 큽니다.
 
두 수녀님 중에 유머러스하고 재미있는 케서린 수녀님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습니다.
 
수녀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어 본 적은 많이 없으나 매주 주일학교 영어미사를 시작하기 전에 저희는 교사 회의를 합니다. 그럴때마다 저희는 케서린 수녀님이 던지시는 농담과 따뜻한 이야기에 감동을 받습니다.
 
하루는 수녀님께서 어렸을 적 얘기를 해 주셨어요. 수녀님이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옆집 사는 아이가 앞이 보이지 않는 장님이었데요. 그 친구가 장님을 위한 특수 학교를 가게 되었답니다. 수녀님은 그 친구와 함께 지내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파서 부모님께 졸라서 그 친구를 따라 특수학교를 갔다고 합니다. 한동안 그 학교에 가서 정말 자신도 앞을 못보는 사람처럼 눈 앞을 가리고 지냈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고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수녀님은 아마 태어날 때부터 수녀님이 되실 성소를 받고 태어 나셨나 보다. 사랑이 남다르고 또 안타까운 이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자신도 그들과 같이 되려고 하는 것이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마음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 어떻게 수도 성소를 받고 수녀님이 되셨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이야기 하나 만으로도 저는 수녀님이 어떤 분이신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습니다.
 
오늘 회의를 하는 중에 어제 수녀원에서 아주 중요한 의식이 있었다고 기쁨에 가득차서 들뜬 마음으로 저희에게 이야기해 주셨어요. 한 수녀님께서 종신 서원식을 하셨고 다른 한 수녀님은 수녀님이 되기 위한 네단계 중 두번째 단계 의식을 치루었다고 많이 기뻐하셨어요.
 
그 예식을 위해 주교님도 방문해 주셨고 다른 세분의 신부님도 오셨는데 정말 기뻤다고 아이처럼 좋아하며 말씀하셨어요.
 
요즘 미국에는 젊은 수녀님을 찾기가 힘들어요. 그만큼 수도성소를 받는 사람이 줄어 가고 있어요. 
 
제 생각에는 감각적으로 쾌락을 추구하는 일에만 힘을 쏟고 사실 영적으로 더욱 피폐해가는 사회에서 수녀님, 수사님, 신부님은 더욱 필요한 것 같은데 자꾸만 숫자가 줄어든다니 사실 조금 걱정은 됩니다.
 
하지만 수도성소를 받은 한분 한분이 더 큰 빛으로 이 세상을 밝혀주실 수 있을거란 믿음에는 의심이 없습니다.
 
주님 봉헌 축일을 기다리며 수녀님 생각도 나고 다른 사제와 수도자도 특별히 생각나서 또 글을 써 보았습니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주님께 온전히 봉헌하며 일생을 사시는 모든 사제와 수도자를 특별히 생각하며 기도를 드리는 날로 저의 하루를 바치겠습니다.
 
일생을 하느님께 바친 그분들을 감히 쫓아갈 수는 없으나 저의 처지에 맞게 매일의 삶을 주님께 봉헌하는 방법을 하느님의 지혜로 구해 봅니다. 무의미하게 보일 지 모르는 하루 하루, 쳇바퀴 돌 듯 살아가는 하루지만 저는 무의미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더라도 주님과 함께 할 수 있고 사람을 만나도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며 자연을 볼 때마다 그분의 창조 권능을 느끼며 감사와 찬미를 드릴 수 있습니다.
 
매순간 무슨 일을 하던지간에 주님과 함께 호흡하고 사는 삶이 어쩌면 주님께 나를 봉헌하는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저는 좋은 주일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님 봉헌 축일을 보내는 여러분도 복된 날 되세요.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고 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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