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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가난이 가장 쉽다는데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5 조회수919 추천수10 반대(0) 신고

 

 

 

연중 4주간 목요일 - ‘가난’이 가장 쉽다는데

 

한 신학생이 저에게 해 준 이야기입니다.

그 신학생의 본당 신부님은 매우 짠돌이라고 합니다. 신학생들에게 모처럼 마음먹고 사 준 가장 좋은 식사가 자장면이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그 신부님이 은퇴 신부님을 찾아뵙는다고 가시는데 함께 따라갔다고 합니다. 신부님은 방에서 은퇴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신학생은 문틈으로 살짝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그 본당 신부님은 수백만 원은 될 듯한 두터운 돈 봉투를 은퇴 신부님에게 주시고 계셨습니다.

그 신부님은 사실 자신이 절약한 것으로 많은 분들을 돕고 계셨던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 보내시면서 사도들에게 가장 강조하시는 것이 바로 ‘가난’입니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가난을 강조한 이유는 여라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첫째, 주님의 일을 하는데 돈이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그러니 부족한 것이 있으면 주님께서 알아서 다 채워 줄 것이니 믿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성적으로 가난을 우선적으로 강조하신 것에는 더 큰 뜻이 들어있습니다.

 

죄의 뿌리는 세 가지입니다. 삼구(三仇), 즉 ‘세 가지 원수’라고 하는데 마귀, 육신, 세상입니다.

마귀는 곧 교만으로 뱀의 모양으로 아담과 하와를 유혹하여 죄를 짓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이 교만은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뿌리내리고 있어서 죽기까지 온전히 제거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광야에서 마귀가 예수님을 성전 꼭대기로 데리고 가서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한 번 뛰어내려보라고 한 것도 바로 예수님께 교만함의 죄를 짓게 하려고 한 것입니다. 마귀는 성경에 천사들이 와서 발을 받쳐 준다고 쓰여 있느니 증명해 보이라는 것입니다. 이 말 안에는 하느님의 아들임을 자랑해보고 하느님을 시험해보라는 의도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교만은 하느님의 말씀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물 위를 걷던 베드로가 밀려오는 파도를 보고 예수님을 의심하여 물에 가라앉았던 것처럼 믿음을 깨뜨리는 가장 큰 적이 교만입니다. 베드로는 밀려오는 큰 파도를 보면서 예수님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더 믿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성경에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했다고 하시며 하느님을 의심하여 시험하지도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임을 자랑하지도 않습니다.

이 교만을 이기는 것이 순명입니다. 자신을 버리고 겸손해지지 않으면 순명은 불가능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 아버지와 같은 분이셨지만 똑같은 신적 위치를 보존하려하지 않으시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죽기까지 순종하십니다. 이로써 첫 조상의 교만의 죄를 기워 갚으신 것입니다.

 

두 번째 원수는 육신, 즉 성욕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짓고 자신들의 성적인 부위를 가리게 됩니다. 이는 참 사랑을 하지 못하고 이제 성욕이 생겨 자신을 주는 사랑이 아닌 자신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사랑으로 변하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사탄이 예수님께 돌로 빵을 만들어보라고 한 것은 기적을 통하여 육체를 만족시켜보라는 뜻이었습니다. 육체의 욕망을 따라 살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뉴스에서도 수 없이 그 결말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육체를 만족시키면서 결국 다른 이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예수님은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고 하시며 육체가 아니라 영적인 것을 우선으로 추구해야 함을 말씀하셨습니다.

이렇게 육체적 욕망을 죽여 가는 것이 정결입니다. 자신의 육체를 통제할 수 없으면 육체의 노예가 되고 스스로 자신의 영을 죽이게 됩니다.

 

세 번째 죄의 뿌리는 세상, 즉 돈입니다.

아담과 하와가 낳은 자식이 카인과 아벨이었습니다. 이미 사회가 형성 된 것입니다. 사회가 형성되다보니 서로를 비교하게 되고 자신에 비해서 너무 잘 살게 되는 동생이 싫어졌습니다. 결국 카인은 아벨을 죽이고 맙니다.

마귀는 예수님께도 세상의 온갖 부귀영화를 보여주며 자신에게 절만하면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합니다. 세상 모든 부귀영화가 자신의 손아귀에 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마귀는 이 돈으로 얼마나 사람들을 휘두르고 있습니까?

예수님은 세상이 아닌 하느님을 섬겨야 한다며 마귀를 물리칩니다.

이는 하느님께 가는데 장애가 되는 모든 것의 집착을 끊는 것이 가난임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난을 우선적으로 살라고 하시는 이유는 가난하지 못하면 다른 정결이나 순명은 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죄의 세 가지 원수, 즉 교만, 성욕, 돈 중에서 가장 이기기 쉬운 것이 돈입니다. 왜냐하면 성욕이나 교만은 인간의 내면 더 깊숙한 곳까지 뿌리박혀 있는 것이지만 소유욕은 더 외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유욕을 이기지 못하면 성욕이나 또 더 나아가 교만을 이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삶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외적으로 드러나는 가난조차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분의 정결이나 겸손은 더 증거하기 힘든 것입니다.

세례를 받은 우리 모두는 그리스도를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다른 것보다도 가장 구체적인 가난한 삶에서부터 그리스도를 닮도록 노력해야하겠습니다. ‘자신, 자신의 가정, 내가 먼저 잘 살아야지’하는 사람은 그리스도를 증거할 어떤 힘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나눌 줄 아는 삶, 이것이 구체적으로 그리스도를 닮고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시작입니다.

 

 

 로마에 유학 중이신 전삼용 (요셉) 신부님의 복음 묵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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