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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늘복음묵상] 파견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4 조회수501 추천수5 반대(0) 신고
 
 

 파견(마르코 6.7-13)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은 얼마나 될까? 굶지 않을 정도의 음식, 계절에 맞는 몇 벌의 옷, 잠자고 쉴 수 있는 집, 삶의 보람과 재물을 얻을 수 있는 일거리, 건강, 돈…. 생각해보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단순하다. 그런데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


   새로운 임지로 떠나기 위해 짐을 정리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있다. 바로 “어느새 이렇게 짐이 많아졌을까?”하는 점이다. 필요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짐도 있지만 제 욕심 때문에 불어난 짐들을 보고 있노라면 혼자 있어도 부끄러워진다.


   신학생 때 인사이동 때마다 새로 부임하시는 신부님들이 대형 트럭으로  이삿짐을 옮겨 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편치 않았었다. 예전에는 장롱, 냉장고, 침대까지 가지고 다녔었다. 그러니 짐이 많을 수밖에… 그러나 요즘은 그런 것들을 본당 비품으로 장만하고 대개 개인 책이나 옷가지 정도만 가지고 다닌다. 그래도 생활을 하다보면 자꾸만 짐이 늘어나는 것이 인사이동 때면 절실히 느껴진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마음 한구석을 바늘로 콕 찌르기라도 하는듯한 말씀을 하신다.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시면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의 사명에 대하여 말씀하고 계신다. '전교 여행을 하는데 있어 지팡이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라'. '먹을 것이나 자루도 전대에 돈도…예수님은 제자들을 파견 하셨다, 신발도 신고 있는 것을 그대로 신고 속옷도 두벌씩 껴입지 말라' 고 하신다.


   돈이나 먹을 것, 입을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셨는데 왜 굳이 지팡이를 가져가라고 하셨을까? 그 당시에 지팡이는 맹수나 강도를 만났을 때 물리치기 위해서 필요하였던 물건이기에 여행에 꼭 필요했다. 그러므로 지팡이는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물건이기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팡이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성서에 등장하는 잊을 수 없는 지팡이가 있다. 바로 모세의 지팡이이다. 모세가 하느님께로부터 사명을 받았을 때 그가 가진 것이라곤 지팡이 밖에 없었다(탈출 4,3). 양치기에게 있어선 지극히 평범하고 보잘것없는 지팡이였지만 하느님께서는 그 지팡이를 도구로 삼아 당신 구원의 역사를 펼치신다. 군대에서 지휘관들은 지휘봉이라고 하는 지팡이를 가지고 있다. 그것은 힘과 권한을 상징한다. 예수님은 복음을 전하는 일이, 모세가 그랬듯이 주님께서 주시는 영적인 힘에만 의존해야 하고 재물에 의존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에서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고 하신 것이다.


   신발은 가시나 돌이 많은 땅을 돌아다니자면 신어야만 했다. 그러나 새것을 장만하는 것은 금지된다. '속옷을 두 벌 껴입는 것'은 부유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므로 금하신다. 이렇게 예수는 제자들에게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고 요구하신다. 이렇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재물에 의지하지 않고 주님의 영적인 힘에만 의지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같은 자본주의 시대에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알아들어야 할까. 사람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재물이 꼭 필요하다. 자녀들도 양육해야 하고, 집도 장만해야 하고, 취미생활도 해야 한다. 수도자들은 서원을 할 때 청빈과 정결과 순종을 서약한다. 그러나 우리 재속사제들은 사제로 서품될 때 정결과 순종은 서약하되 청빈은 서약하지 않는다. 재속사제들에게는 사유재산이 인정이 되기 때문이다.


   수도원이 아닌 세상 안에서 살아야 할 재속 사제들은 자본주의 사회에 어느 정도는 발맞추어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청빈의 덕은 봉헌생활에 있어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사제들에게는 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재물이 너무 없어도 문제이고, 또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된다. 얼마 전부터 “부자 아빠”라는 말을 많이 듣고 이와 비슷한 제목의 책도 본적이 있다. 그런데 만약 “부자 신부”라는 말이 떠돈다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가?


   누구에게든 재물이 너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그런데 재물이 너무 많으면 하느님에게서 멀어질 확률이 크다. 그리고 잡생각이 난다. 신자이든 비신자이든 누구나 재물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그것이 가정불화와 불행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재물은 행복의 도구일 수도 있지만 저주의 시작일 수도 있다. 재물은 꼭 필요한 만큼 있으면 된다. 오늘날 우리가 가져야 할 재물관인 것이다.

 

- 어느 신부님 묵상글에서 가져옴

 

                     

                                  하늘의 태양은 못 되더라도/제주교구 신학생회와 보좌신부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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