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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월 2일 야곱의 우물- 루카 2,22-40 묵상/ 일상, 그 기다림의 도장에서...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2-02 조회수436 추천수3 반대(0) 신고
일상, 그 기다림의 도장에서···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주님의 율법에 “태를 열고 나온 사내아이는 모두 주님께 봉헌해야 한다.”고 기록된 대로 한 것이다.
 
그들은 또한 주님의 율법에서 ‘산비둘기 한 쌍이나 어린 집비둘기 두 마리를’ 바치라고 명령한 대로 제물을 바쳤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시메온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이 사람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받을 때를 기다리는 이였는데, 성령께서 그 위에 머물러 계셨다. 성령께서는 그에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고 알려주셨다.

그가 성령에 이끌려 성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아기에 관한 율법의 관례를 준수하려고 부모가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들어오자, 그는 아기를 두 팔에 받아 안고 이렇게 하느님을 찬미하였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아기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기를 두고 하는 이 말에 놀라워하였다.

시메온은 그들을 축복하고 나서 아기 어머니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한나라는 예언자도 있었는데, 프누엘의 딸로서 아세르 지파 출신이었다. 나이가 매우 많은 이 여자는 혼인하여 남편과 일곱 해를 살고서는, 여든네 살이 되도록 과부로 지냈다. 그리고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그런데 이 한나도 같은 때에 나아와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그 아기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주님의 법에 따라 모든 일을 마치고 나서, 그들은 갈릴래아에 있는 고향 나자렛으로 돌아갔다. 아기는 자라면서 튼튼해지고 지혜가 충만해졌으며,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루카 2,22-­40)
 
 
 
 
◆계수리 성 바오로 피정의 집에는 나무가 많다. 알록달록 가을볕에 물들어 가며 성숙하는 법을 알려주던 나무들이 때가 되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보면 좋은 기다림의 자세를 엿볼 수 있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하다. 기다릴 줄 알았던 노인 시메온도 그러했을 것이다.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메시아를 바라보면서 충만했으리라.

 
예수님의 모습을 일상 안에 새겨넣으려는 나의 노력도 이 같은 기다림이 있어야 했다. 여러 해 동안 일상과 하느님의 현존의식을 일치하여 살 수 없어 갑갑하기만 했다. 그런 내게 기다림은 그다지 반가운 단어가 아니었다. 빨리 도달하고 싶을 뿐이었다. 빨리 세상을 따르던 모습에서 벗어나 예수님처럼 하느님과 일치되어 배척받는 자리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기도했다. 그러나 노력할수록 턱없이 부족한 약함만을 대면해야 했다.

하느님께서는 이런 내게 현존 안에서 충만하게 살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을 일상의 잔잔한 사건을 통해 자상하게 말씀해 주신다. 일상을 떠나서는 하느님을 만날 수도 없고, 하느님께서 귀하게 간직하셨다가 때가 되어 보여주시는 메시지도 받을 수 없다. 하느님께서는 일상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나에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를 들려주신다. 일상은 하느님을 만나는 기다림의 도장이요, 나를 나답게 하는 수련장이기도 하다.
 
시메온은 일상을 성전에서 지냈다. 그래서 때가 되었을 때 예수님을 만나뵙고, 이제는 평안히 떠나가게 해 달라는 청을 하게 된다. 성령의 이끄심에 내맡기며 기다릴 줄 알았던 겸손한 노인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하다.
이은주 수녀(샬트로성바오로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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