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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신부(神父)가 먹어야할 밥 ♥ - 주상배 안드레아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31 조회수727 추천수6 반대(0) 신고
 

♥ 신부(神父)가 먹어야할 밥 ♥

                                   

 

   풋내기 보좌신부 시절이었다.  부임한 본당은 신자수가 7천5백여 명이나 되는 큰 본당이었으나 신부 된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경험도 없고 해서 일을 좀 배워서 할 생각으로 얼마동안 관망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무슨 젊은 신부가 일을 안 하느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부지런히 일을 하다 보니 10개나 되는 단체를 맡아 지도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나는 젊고 본당신부님은 연로하신지라 그렇게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웬 젊은 신부가 혼자서 설치느냐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도 열심히 일했다.


   어떤 때는, 너무 피로해서 고백소에서 깜박 졸기도하여 "안에 계신가요?"하는 고백자의 노크소리에 놀라 깬 일도 있었다. 사실은 그렇게 깨우기까지 몇 사람이 거쳐 갔는지도 모른다. 그해 성탄이 돌아와 고백자가 줄을 이어 서있었다.

 

   언젠가 레지오 활동보고에서 들은 적이 있는데 어떤 고백자가 성사를 보러왔다가 공교롭게도 자기 앞에서 고백이 끊어지기를 3번씩이나 하여 그냥 돌아가 그 후 7년 동안이나 냉담했었다는 얘기가 기억이 났다. 그래서 비록 식사 때가 되어 허기가 져도 한사람이라도 고백성사를 더 주려고 노력했다.

 

   어떤 때는 고백도중에 식사하러 오라는 전갈을 몇 번씩이나 받기도 했다. 가보면 본당신부님은 그때까지 식사를 안 하시고 나의 건강을 염려하시며 기다리고 계시는 것이었다.


   주방 아주머니가 찌개를 데워오기를 여러 번 했다는 것을 알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고백성사를 중단하고 식사하러 가자니 어떤 신자가 곧 냉담하여

성당에 안 나올 것 같아서 근심이 되고 식사를 미루고 고백을 주자니 아줌마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불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식사를 막 마치고 고백소로 가는데 한 부인이 " 신부님 성사 좀 안주세요?" 한다.

 

   아니 이제까지 쭉 성사를 주다가 잠깐 식사 좀하고 오는 길인데 같은 말이면 "신부님 성사 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하면 얼마나 좋겠어요." 하고 짜증을 부렸다.


   그 부인의 말이 무슨 감정을 가지고 하는 말은 아닌 줄 알면서도 그렇게 귀에 거슬렸던 걸보면 나도 정신적으로 몹시 지쳐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는 곧 용서를 청했지만 얼마 후 젊은 신부가 성사 주는 걸 싫어하고 밥 한 끼 희생하지 못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사제생활이 정말 이런 생활의 연속인가하고 순간적으로 슬프고 회의를 느꼈다.

 

  나는 교우들을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 고백성사를 보기로 했다.


  마침 성당 옆에 은퇴하신 노(老)사제가 살고 계셔서 그분께 찾아가 고백을 했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씀을 아뢰었더니 신부님이 껄껄 웃으신다. 말씀을 잘못 알아들으신 줄 알고 더 큰소리로 말씀드렸더니 이번에는 "무슨 신부가 밥을 안 먹으려는 신부가 다 있어." 하신다. 그 순간 '아, 노망들은 신부님께 내가 잘못 찾아 왔구나' 싶어 그냥 일어나려는데 "게 앉아." 하신다.


   그러시더니 내 등을 어루만져 주시면서 "아, 이 사람아, 신부가 일생 먹고 살아야 할 밥은 신자들의 불평이야.  그건 어떻게 보면 신부에 대한 바람이요 관심 표명이지. 신자들이 신부를 찾을 때가 좋은 거야. 그래서 교회는 살아가는 거야. 그러니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뛰어." 하신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백이었다.


   사실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래도 사제생활의 연륜이 부피를 더해가고 있는 것은, 바로 더 많은 신자들의 따뜻한 배려와 성원이 크게 힘이 되어 주고 있기 때문이리라.

 

(주상배 안드레아 광장동 주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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