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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분이 누구신가? 하고 질문하는 삶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1-31 조회수411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분이 누구신가? 하고 질문하는 삶 - 윤경재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 배에 타고 계신 예수님을 그대로 모시고 갔는데, 그때에 거센 돌풍이 일어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고물에서 베개를 베고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우며,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마르 4,35-41)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호수를 건너가라고 명령하십니다. 산악 민족인 유대인들에게 바다와 호수는 악령이 거처하는 곳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바다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였습니다. 실제로 갈릴래아 호수는 한밤중에 돌풍이 자주 불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가 삶의 터인 어부 제자들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늘 조심하고 있었습니다. 웬만해서는 밤에 호수를 건너는 모험을 감행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이른 새벽에 호숫가로 나가 고기잡이 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오늘은 특별했습니다. 스승님께서 함께 배를 타고 계시고 호수 저쪽으로 건너가자는 분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은 겉으론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바짝 긴장하면서 배를 몰았습니다. 하지만 스승님은 태평하게 잠만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무언가 잘 모르시는 듯했습니다. 하긴 목수 출신이시니 그럴 만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몰려드는 군중에게 설교하시고 병자를 고쳐주시며 악령 든 사람들을 구마하시려니 오죽 힘드시고 피곤하실까 여겼습니다. 스승님께서 곤히 주무시니 편안하게 쉬시게 더 조심해서 배를 몰았습니다. 오늘 밤만은 아무 일 없기를 바랐습니다.

  요나서에서 오늘 복음과 비슷한 내용이 나옵니다. 요나는 니네베로 가서 주님의 경고를 전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어기고 바다로 도망가자 큰 폭풍이 일어 요나가 탄 배를 집어 삼키려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모른 채 요나는 배 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뱃사람들은 제비를 뽑아 누구 탓인지 찾으려 하였습니다. 요나가 뽑히자 요나는 자기 탓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바다에 던지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폭풍이 가라앉았습니다.

  요나서와 다른 점은 요나는 하느님의 뜻을 거역하고 악령들의 거처인 바다로 나갔으며 그 죄 탓으로 자기 목숨을 내던져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복음서 내용은 예수님을 모시고 여행가면서 겪게 되는 곤란입니다. 우리가 삶의 터에서 겪는 돌발적인 수난을 뜻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게 사랑하는 자식을 잃거나, 병과 사고를 당하거나, 실직하거나, 커다란 오해에 휩싸일 때가 많습니다. 이렇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곤란을 겪을 때 자주 우리는 주님께서 주무시고 계신 것처럼 느끼곤 합니다. 아무리 외쳐도 알 수 없는 응답만 주신다고 원망하기도 합니다.

  오늘 제1독서인 히브리서 11,13절에서 “자기들은 이 세상에서 이방인이며 나그네일 따름이라고 고백하였습니다.” 또 “이들은 모두 믿음 속에 죽어 갔습니다. 약속된 것을 받지는 못하였지만 멀리서 그것을 보고 반겼습니다.”라고 믿음의 조상들을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이라는 배를 타고 험난한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약속 받은 땅인데도 남의 땅인 것처럼 이방인으로 사신’ 믿음의 조상입니다. 그분들도 계속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물으며 견뎌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을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라고 외쳤던 악령이나, “그는 베엘제불이 들렸다.”고도 하고, “그는 마귀 우두머리의 힘을 빌려 마귀들을 쫓아낸다.”라고 단정했던 율법학자들은 모두 예수님을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러나 끈질기게 질문하던 제자들은 주님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큰 두려움에 사로잡혀 서로 말하였습니다. “이분이 누구신가?”하고 물었습니다. 두려움은 지혜의 어머니고 주님의 자비를 바라는 자세입니다. “보라, 주님의 눈은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에게, 당신 자애를 바라는 이들에게 머무르신다.”(시편 33,18)

  우리도 살아가면서 하느님의 침묵에 맞닥뜨리고 의심에 빠질 수 있습니다. 불신앙의 유혹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온갖 물음을 통해 피하지 않고 그것과 정면으로 씨름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열리게 됩니다.

  야곱은 하느님과 씨름하며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습니다. 욥도 하느님을 뵙기를 끈질기게 간청했습니다. 그는 어떤 곤란을 겪었어도 하느님께 등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욥은 하느님의 대답을 들었습니다. “누가 문을 닫아 바다를 가두었느냐? 여기까지는 와도 되지만 그 이상은 안 된다. 너의 도도한 파도는 여기에서 멈추어야 한다.” (38,8-11)

 악령이 여전히 판치는 이 세상을 살아가도록 명령받은 나그네요 이방인으로서 우리는 언제나 요나처럼 피하지 말고 주님께 질문하며 매달려야 한다고 오늘 복음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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