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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 자유와 너그러움
작성자이봉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5-05-19 조회수673 추천수2 반대(0) 신고

 자유와 너그러움
                                                                     2005. 3. 20.

 

드디어 판공성사에 고백할 죄를 찾아냈다.

 

첫 번째는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지 않은 죄다.

 

두 번째는
내세에 치중하여 영원한 삶을 잊고 산 죄다.

 

세 번째는
금요일에 고기를 먹고 나서 아! 참!! 하는 금육을 지키지 않은 죄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음이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인데
그 중요한 사실은 달빛사이로 구름 떠가듯 흘려보내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장식품으로 달고 다니면서
자신을 더 드러내고자 애쓰던 인간이었다. 나는,

 

목적 없이 떠도는 나그네처럼 삶을 허둥대다가
매일 하는 신앙고백의 핵심인 영원한 삶은
머리에서만 잠간씩 맴돌다 사라질 뿐
진정 가슴으로 받아드리지 못하고
세상의 복락만을 추구하던 신앙인었다. 나는,

 

주일미사와 교무금은 큰 의무로 받아드리면서
금육을 지키지 못한 것은 작은 일을 소홀히 여기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큰 것은 소중히 여기면서, 작은 것에 소홀한 것은 지극히 불성실한 삶의 태도다.
그래서 가끔 가슴을 짓찧는 후회와 반성이 따른다.
이 악습을 고백한 후, 이제부터는 금육을 잘 지켜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성주간이 시작되는 주일 저녁미사시간 전이다.
교우들이 성사표 한 장씩 손에 들고 영혼의 급식을 타러 줄서 있다.

 

임시로 설치한 고백소 앞에서
제발 저 고백소 안의 신부님이 주임신부님만 아니길 바랐는데
웬걸, 들어가는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계신 분은 바로 주임신부님이셨다.   

 

어디 하나 막힌 데가 없는 자유인이신 신부님께서 고백성사 절차가 무슨 소용이랴!
나를 보시자 요즘도 글 쓰냐고 물으시며 하시는 말씀,
"자유와 너그러움에 대하여" 글을 써보라고 하신다.

 

고백하려고 준비한 죄는 면담분위기 속에 섞여 횡설수설,
갑자기 뒷사람 생각나 허둥대다가 일어서는 나를 향해
"보속으로 묵주기도 한번" 하시고는 "아멘"으로 끝을 맺으신다.

 

이래서"자유와 너그러움"이란 제목의 글은
초고도 없이 고백소에서 신부님이 퇴고를 마치신 셈이다.
그분은 매순간 자유와 너그러움을 그렇게 실행하시며 사신다.


 

 

추신

신부님의 의미깊고 재미있는 글을 읽고나니

지난 판공 때 써놓은 글이 생각나

외람되다 싶으면서도 용기를 냈습니다.

늘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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