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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주인 몫의 소출
작성자김혜진 쪽지 캡슐 작성일2011-10-01 조회수485 추천수9 반대(0) 신고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2011년 가해 연중 제 27주일 - 주인 몫의 소출

 


 

저는 세상에서는 참다운 행복을 찾을 수 없음을 깨닫고, 더 완전한 행복을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 때는 적어도 모든 것을 버렸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이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찾으려 했던 것이 ‘행복’이기에 주님께서 그 포기에 대한 대가로 참 행복을 주실 것이라 기대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 공동생활 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선배들과 신부님들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도 싫었고, 이곳에서까지도 공부로 경쟁을 해야 하는 것도 싫었습니다.

참으로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새장에 갇힌 새처럼 어디를 쳐다봐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공간은 없어보였습니다.

나름대로 소중한 많은 것을 버리고 주님께 봉사하기 위해 들어왔다고 생각했는데 하느님께서 그만한 보상을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맞는 사순절 내의 성주간 때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저의 불만족은 단식을 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식사 시간에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의무였기에 매 끼니 때 식탁에 앉아서 선배 신학생들이 음식을 먹는 것을 지켜만 보았습니다. 물도 마시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행복을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심정이었고 어쩌면 왜 보상을 주지 않느냐는 투정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습니다. 그 날 밤에 잠을 자려는데 뱃가죽이 등에 붙는 것처럼 고통스러웠습니다. 일주일씩 단식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간신히 잠이 들고 다음날 아침 미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조금이라도 무엇을 먹고 싶었는지 성체 모시는 시간만 기다려졌고 성체를 영하고 자리에 와 무릎을 꿇었습니다.

눈물이 흘렀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이틀만 굶어도 이렇게 고통을 느끼는 아무 것도 아닌 존재에게 당신의 살과 피를 나누어 주심에 ‘감사’의 눈물이 한 없이 흘렀습니다. 또한 이렇게 부족한 저를 불러주신 것에 대해 어떻게 보답해야할까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죽음으로 선물하시는 성체 앞에서 투정부렸던 저의 모습은 너무나 부끄러운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날 아침식사 때는 밥풀 하나하나에 감사하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이제야 참 신학생이 된 듯싶었습니다. 그 이후로 단 한 번의 후회도, 또 사제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저를 행복하게 해 주시기 위해 신학교로 불러주셨음을 더 이상 의심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더 행복해졌기 때문입니다.

 

제가 신학교 들어오기 전에 가장 끊기 어려웠던 것은 이성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끊어도 그런 사랑의 감정 없이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어보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좋은 것에는 희생이 따르기에, 매일매일 지고 그리스도를 따라야 하는 바로 그 십자가가 나에게는 여자 없이 살아가는 것이라고 느껴졌고, 그렇게 평생을 참아나갈 결심을 하고 신학교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날 꿈을 꾸었는데, 제가 좋아했던 여자와 결혼을 하여 신혼살림을 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함께 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배경은 아침 출근 직전 아내가 차려 준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처음엔 분위기가 좋게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힘든 출근길도 아내가 차려준 아침 덕분에 힘들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내가 미간까지 찌푸려가며 이런저런 잔소리를 하였습니다. 예전에 실제로 저를 기분 나쁘게 했던 표정과 말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저는 잘 참고 밥을 먹으면서도 순식간에, “아이고, 저런 여자와 어떻게 평생을 같이 살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떴습니다. 사제관 제 방 천정이 보였습니다. 사제 생활을 2년이나 하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결혼에 대한 조금의 미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눈을 뜨자마자 앉아서 바로 성호를 긋고 뜨거운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쉽지 않은 결혼 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영혼 구원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된 삶으로 불러주신 하느님께 심장으로부터 우러나는 감사드렸습니다. 아침이었는데도 몸이 날 것처럼 가벼웠습니다. 비로소 참다운 사제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일들로 깨달은 것은 이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하든, 어떤 위치에 있든, 그것은 하느님께서 불러주시고 허락해 주신 삶인데, 만약 그 삶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이 없다면 하느님께서 불러주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억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구나! 참다운 내가 되는 길은 매사에 감사할 때이구나!’

 

오늘 못된 포도밭 소작인들의 비유가 나옵니다. 주인은 그들에게 포도밭을 맡겼습니다. 그리고 소출이 나올 때 주인의 몫만을 원하고 나머지는 그들의 소관으로 두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주인의 몫까지도 빼앗으려 하였습니다. 주인은 종들을 보내어 그들에게 자신의 몫을 요구했지만 그들은 그 종들을 매질하고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렇게 박해받은 종들이 바로 예언자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신 아들인 그리스도를 보냈습니다. 소작인들은 그가 상속자인 것을 알고 그를 죽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죽임을 당하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만족을 줄 수 있도록 하느님께서 마지막으로 죄의 용서와 성령님의 은총을 베풀기 위해 배려한 섭리였음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그저 만족하지 못했고 하느님 것까지 빼앗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그리스도의 희생까지도 그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고 그 결과는 그들의 영원한 멸망이었습니다. 하느님 것을 빼앗는 자는 아담과 하와 때부터 저주를 받게 되어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당신의 몫을 받는 것입니다. 오늘 제 1독서에서도 온갖 노력을 했지만 들포도가 맺혀버린 당신의 포도밭을 보며 이렇게 한탄하십니다.

“자 이제, 예루살렘 주민들아, 유다 사람들아, 나와 내 포도밭 사이에 시비를 가려 다오! 내 포도밭을 위하여 내가 무엇을 더 해야 했더란 말이냐? 내가 해 주지 않은 것이 무엇이란 말이냐? 나는 좋은 포도가 맺기를 바랐는데 어찌하여 들포도를 맺었느냐?”

하느님은 우리에게 생명도 주시고 온전한 몸도 주시고 시간도 주시고 입고 먹을 것도 주시고 가족도 주시고 직장도 주시고 가장 큰 것으로는 신앙도 주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에게 하실 모든 것을 하셨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온전한 열매를 맺기만 하면 됩니다. 그 열매란 바로 주님께 대한 ‘감사’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하느님께서 모세를 통해 파라오에게 요구하였던 것은 3일 동안 걸어서 사막에서 주님을 ‘예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예배는 제물을 살라 바치는 ‘희생 제사’를 의미했습니다. (탈출 3, 18) 또 이 희생 제사엔 ‘감사’의 정이 배어있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구약에서는 주님께 드리는 예배를 ‘감사의 희생제사’라 불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당신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 빵과 포도주를 드시고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우리에게 이 감사의 희생제물이란 구체적으로 ‘십일조와 예물’인 것입니다.

 

따라서 십일조는 하느님의 몫이고 그것을 바치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몫을 강탈하는 결과가 생기는 것입니다. 십일조를 내지 못한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은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오늘 비유의 소작인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죄를 짓고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다윗 또한 하느님께서 온 이스라엘 사람들보다 더 많은 것을 주셨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남의 아내를 탐냅니다. 그래서 다윗 집안을 끊이지 않고 칼부림이 나게 됩니다. 하느님은 그에게 이렇게 꾸짖으십니다.

“나는 너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임금으로 세우고, 너를 사울의 손에서 구해 주었다. 나는 너에게 네 주군의 집안을, 또 네 품에 주군의 아내들을 안겨 주고, 이스라엘과 유다의 집안을 주었다. 그래도 적다면 이것저것 너에게 더 보태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너는 주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주님이 보기에 악한 짓을 저질렀느냐? 너는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를 칼로 쳐 죽이고 그의 아내를 네 아내로 삼았다. 너는 그를 암몬 자손들의 칼로 죽였다. 그러므로 이제 네 집안에서는 칼부림이 영원히 그치지 않을 것이다. 네가 나를 무시하고, 히타이트 사람 우리야의 아내를 데려다가 네 아내로 삼았기 때문이다.” (2사무 12, 7-10)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 당신의 몸과 피를 주심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주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소출’인 ‘감사의 제물’을 바치고 있지 못하다면 참다운 신앙인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사를 하지 않을 때 누구도 주님께서 주신 그리스도인이란 정체성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지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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